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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깟 말 한 마리 때문에 사람을 죽이려 하는가? 본문

명문장, 명구절

그깟 말 한 마리 때문에 사람을 죽이려 하는가?

모험러
나는 도道의 궁극은 유머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안자晏子(안영晏嬰)가 공자보다 좋다(둘은 동시대 인물). 안자는 유머와 재치가 있으면서도, 따뜻하고 편안하다. 『안자춘추』는 은근슬쩍 웃기면서도 큰 깨우침을 주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경공에게는 아주 아끼는 말 한 필이 있었다. 경공은 말 기르는 임무를 맡은 신하에게 이를 잘 돌보도록 명하였다.

그런데 그 말이 갑자기 병에 걸려 그만 죽고 말았다. 경공이 크게 노하였다. 화를 참지 못한 경공은 칼을 가져오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그 말 기르던 자의 사지를 잘라내라고 명하였다. 이 때 안자도 곁에서 경공을 모시고 있었다. 좌우 신하들이 칼을 들고 들어오자, 안자가 소리쳤다.

"잠깐!"

그리고 경공에게 물었다.

"옛날 요순 시대에 사람의 사지를 잘라낼 때 몸의 어느 부분부터 하였습니까?"

경공이 끔찍하다는 듯이 물러서며 물었다.

"그럼 과인이 그런 일을 역사상 처음 저지르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까?"

그리하여 그 자는 그 자리에서 죽음을 면하게 되었다. 그런데도 경공은 분을 풀지 못하여 대신 이렇게 명하였다.

"옥에 가두었다가 죽이도록 하라."

안자가 다시 나섰다.

"이 자는 자신이 지은 죄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죽는 것이니, 그렇게 되면 너무 불쌍합니다. 청컨대 제가 임금을 위해서 이 자가 지은 죄를 조목조목 따져 드리겠습니다. 그리하여 그로 하여금 스스로 그 죄를 알게 한 후 옥에 가두시지요! 그래야 자신이 왜 죽는지 알 것 아닙니까?"

경공이 허락하였다.

"좋소!"

안자가 따졌다.

"네 죄는 세 가지이다. 임금이 네게 말을 기르도록 명하였는데 네가 이를 죽게 하였다. 이것이 첫째 죽을죄이다. 또 임금께서 가장 아끼는 말을 죽게 하였으니 이것이 두 번째의 죽을죄에 해당한다. 그리고 임금으로 하여금 그까짓 말 한 마리를 이유로 사람을 죽이게 하였으니 이것도 큰 죄이다. 게다가 백성들은 이를 듣게 되면 틀림없이 우리 임금을 원망할 것이며, 제후들 역시 우리나라는 사람보다 말을 더 중시하는 나라라고 우습게 볼 것임이 뻔하다. 너 하나가 임금의 말 한 마리를 죽임으로 해서 백성에게는 원한이 쌓이게 하고, 이웃 나라에게는 나라의 위세가 약해지게 하였으니, 이것이 죽음에 해당하는 세 번째의 죄이다. 자, 옥리는 이 일을 실행하라!"

임금은 놀란 듯이 탄식하였다.

"풀어 주시오! 풀어 주시오! 제발 나를 역사 속에 가장 못된 임금이 되지 않도록 해주시오!"」*

14/02/28

* 임동석 옮김, <안자춘추: 안자가 그립다>에서 봄.

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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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리뷰, 책 발췌, 낭독, 잡문 등을 남기는 온라인 책방. 유튜브 채널 '모험러의 책방'과 ′모험러의 어드벤처′(게임)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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