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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금이 순금인 까닭은 오직 그 순도에 있다 본문

명문장, 명구절

순금이 순금인 까닭은 오직 그 순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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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냥의 금도 그 순도만큼은 만 냥의 금 앞에서도 부끄럽지 않다. 그러나 순도가 아닌 '만 냥'이라는 양을 부러워하게 되는 순간 사람은 타락하기 시작한다. 만 냥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끌어모으게 되고 그럴수록 순도는 떨어진다. 지식과 재능이 깜짝 놀랄 만큼 어마어마하지만 그만큼의 어마어마한 쓰레기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별다른 지식도 재능도 없지만 성인일 수도 있다. 왕양명 선생의 가장 빛나는 가르침 중 하나.

"생각건데 그것이 순금이 되는 까닭은 순도에 있지, 무게에 있지 않다. 그들이 성인이 되는 까닭은 천리에 순수함에 있지, 재질과 역량에 있지 않다. 그러므로 비록 보통 사람이라도 기꺼이 배워서 이 마음을 천리에 순수하게 만들면 역시 성인이 될 수 있다. 마치 한 냥의 금을 일만 일에 비교한다면, 무게는 비록 현격하게 다르지만 그 순도에 관해서는 부끄러움이 없는 것과 같다. 맹자가 '사람은 모두 요순과 같은 성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그 때문이다. ...

후세 사람들은 성인이 되는 근본이 천리에 순수한 것임을 알지 못하고, 오히려 오로지 지식과 재능의 측면에서만 성인을 추구한다. ... 그러므로 천리에 나아가 공부하는 데 힘쓰지 않고 헛되이 정력을 낭비하여 서책을 연구하고 명칭과 기물을 고증하며 형체와 흔적을 모방한다. 지식이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인욕은 점점 자라나고, 재주와 능력이 많으면 많을수록 천리는 더욱 더 가려진다. 이것은 마치 다른 사람에게 일만 일의 순금이 있음을 보고는 자신의 순도를 제련하여 다른 사람의 순수함에 부끄럽지 않도록 하는 데 힘쓰지 않고, 헛되이 분량만을 추구하여 다른 사람의 일만 일과 같아지는 데 힘써서 주석·아연·구리·철을 뒤섞어 집어넣는 것과 같다. 분량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순도는 점점 더 떨어지니, 결국은 더이상 금이라고 말할 수 없게 된다."*

- 왕양명

13/09/05

* 정인재·한정길 옮김, 왕양명 지음, <전습록: 실천적 삶을 위한 지침>에서 발췌,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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