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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두 얼굴, 사이코패스>

모험러
맹자는 불쌍히 여기는 마음(측은지심), 부끄러워하는 마음(수오지심), 사양하는 마음(사양지심),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마음(시비지심)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이러한 마음을 상실하여 남을 죽이거나 등쳐먹으며 순간순간을 되는대로 사는 사이코패스와, 만물을 나의 형제자매로 여기며 도에 순응하여 순간순간을 깨어 사는 성인과는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다. 둘 다 두려움이 없고 오직 현재만을 살며 강한 집중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는 얼핏 비슷해 보일지라도 말이다.

범죄자 중 일부가 매력적이고 고도록 침착하고 지능적이며 죄의식이 없는 사이코패스라는 것, 또 성공한 사람 중 많은 수가 그러한 사이코패스보다 더 사이코패스라는 연구는 사실 그리 놀랍지 않다. 놀라운 것은, 책에서 분류한 성자 성향의 사람들이 사이코패스만큼이나 정신적으로 강인하고 남의 칭찬이나 비난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사랑스럽고 친절하며 겸손하다는 것이다.

<천재의 두 얼굴, 사이코패스>의 (숨겨진) 은밀한 메시지는 현대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능적 사이코패스가 되자는 것이다. 기능적 사이코패스는 무자비하고, 매력적이고, 집중력이 강하고, 강인한 정신을 가지고 있고, 겁이 없고, 현실을 직시하며, 행동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성공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잔혹하고 무자비한 전사다. 선택받은 '신인류'다.

우리의 '자기수양' 전통에서는 환란 앞에서도 침착할 정도로 두려움이 없지만, 한편으로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고 가난해도 만족할 줄 아는 대인이 이상적인 인물상이었다. 대인은 원래 드물었겠지만, 이젠 그런 대인을 목표로 삼는 것조차 희귀해졌다. 성공 지향의 '자기계발' 문화에서는 결국 사이코패스가 인류 진화의 최정점에 서게 되는 것일까?

13/07/28

* 케빈 더튼, <천재의 두 얼굴, 사이코패스>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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