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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시 이야기, 더클래식 버전 추천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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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시 이야기, 더클래식 버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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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디킨스의 도시 이야기 결말 부분, 나무위키에 인용돼 있는 버전은 이렇다.

 

"나는 바사드와 클라이, 드파르주, 방장스, 배심원, 판사 같은 옛 체제의 붕괴 속에 생겨난 새로운 압제자들의 기나긴 서열이 이 보복적인 도구의 사용을 멈추지 않는 지금, 오히려 이 보복적 기구로 인해 저들이 사멸되어 가고 있는 모습을 본다. 이 아름다운 도시와 이 구렁텅이 속에서 떨치고 일어선 현명한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앞으로 이들이 진정한 자유를 위해 싸우며 승리와 패배를 맛보는 가운데, 이 시대와 (혁명을 잉태할 수밖에 없었던) 전 시대의 악행은 스스로 속죄하며 소멸하리라."

 

'바른번역' 옮긴 더클래식 출판사 버전은 이렇다.

 

"나는 본다, 체제의 붕괴 위에 태어난, 길게 늘어선 폭군들, 바사드와 클라이, 드파르지, 방장스, 자크 3, 배심원들, 판사들이, 기요틴이 사라지기 전에 그들 역시 복수의 도구로 멸망하는 모습을. 나는 본다. 깊은 구렁텅이에서 아름다운 도시가 다시 세워지고 현명한 사람들이 다시 살아나는 모습을. 그리고 진정한 자유를 위한 투쟁 속에서, 승패를 거듭하는 기나긴 세월 속에서, 시대의 악과 악을 잉태한 시대의 악이 스스로 속죄하며 소멸해 가는 모습을."

 

나는 후자의 번역이 원문의 느낌과 가깝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원문과 번역본을 틈틈히 대조해가며 읽었는데, 번역이 깔끔하면서도 원문의 풍미가 전해져 즐거웠다. 보통 원문과 번역본을 대조하면서 보다 보면, 원문 특유의 강렬한 느낌이 깍여나가 있는 많이 보게 되는데 더클래식판은 거의 그런 느낌이 없었다.

 

후반부 마담 드파르지가 시시각각 주인공의 집에 가까워 오는 장면은 공포 영화가 따로 없었다. 그리고 프랑스 여인 마담 드파르지와 영국 여인 미스 프로스가 대면하는 장면에서 긴장감은 폭발한다. 사람의 승부가 둘에게 가져온 결과도 마음을 심란하게 한다.

 

찰스 디킨스가 대문호라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정도인 줄은 몰랐다. 거의 인간이 아닌 경지다. 부활이란 테마로 소설을 시작하고 마무리 짓는 솜씨, 언뜻 평범해보이는 묘사를 절묘하게 이야기와 결합시키는 능력, 인간의 모순적 욕망에 대한 악마적인 통찰력, 초반부 포도주 잔치 장면을 후반부 혁명과 연결시키는 솜씨, 그러면서도 유머와 해악이 깃들어 있는 문장력, 혁명의 필연성에 깊이 공감하면서도 그것의 광기와 새로운 악도 바라볼줄 아는 , 억눌린 사람들의 증오에 뿌리가 등장하는 최후 재판 장면까지.

 

도시 이야기 이후, 조금 뒤의 시대를 다루는 ′레미제라블′을 바로 읽으면 그것도 흥미롭다. 거기선 혁명 세력이었던 국민 의회 의원들은 이미 처형당했거나 유폐되어 천하의 몹쓸놈이 있다. 거의 성자로 나오는 미리엘 주교의 착하고 고요한 마음도 순간 동요할만큼.

 

「여섯 대의 수송 마차가 거리를 굴러간다. 시간이여, 강력한 마법사여! 마차들을 원래 모습으로 되돌려 놓아라. 그러면, 절대 군주의 마차가, 봉건 귀족의 장식품이, 매춘부의 분장실이, 하느님 아버지의 집이 아닌 도둑의 소굴이 교회가, 굶주린 수백만 농민의 오두막이 눈앞에 나타날지니! 그러나 그럴 없다. 창조주가 정한 순서에 따라 위풍당당하게 일하는 위대한 마법사는 자신이 일으켜 변화를 결코 되돌리지 못한다. 지혜의 이야기, 아라비안나이트 현자들이 마법에 걸린 인물들에게 이와 같이 말했듯 말이다.

 

"네가 그런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신의 뜻이라면, 모습은 영원히 변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네가 그런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한낱 주술 때문이라면, 그때는 반드시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다!"

 

- 찰스 디킨스, 도시 이야기, 바른번역 옮김, 더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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