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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리뷰 본문
집중적으로 반복해 시간을 들이면 공부가 잘 될까? 천만의 말씀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비효율적인 방법을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착각하고 있다. '반복' 그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어떻게 반복할 것이냐다.
우선 무엇을 반복해야 할 것인가? 반복해야 할 것은 '배운 것을 떠올리려고 해보는 것'이다. 당장은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아도 좋다. 무얼 읽고 무얼 훈련 했는지 떠올리려는 노력 자체가 그저 반복하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기억력을 강화하고 성장을 빠르게 한다. 반대로 책을 덮고 떠올리려고 해보는 노력 없이 그저 집중적으로 반복해 읽는 것은 내용을 '안다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이렇게 공부한 내용은 순식간에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다.
이 방법을 처음 책을 읽을 때부터(혹은 최초 훈련부터) 적용하면 더 효과적이다. 먼저 질문을 던져보라. 그리고 그 답을 찾기 위해 읽고 훈련하라.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읽으면 공부 열심히 했다는 뿌듯함은 들지 모르나, 질문을 던지고 필요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탐구한 것보다 훨씬 못한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다음 어떻게 반복할 것인가? 시간 간격을 두고, 주제를 바꿔가며서 하라. 훈련이라면 서로 다른 훈련과 변화를 준 훈련을 섞어넣어라. 시간 간격을 두고 주제를 바꿔가며 공부하는 것이 왜 도움이 될까? 그럴 때마다 이전 주제에 약간의 '망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 부분을 떠올리려 애써야 하고 그것이 새로운 기억을 촉진한다. 망각은 학습을 강화하는 친구다. 망각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시점에 반복해야 한다. 다시 말해, 반복의 최적의 타이밍은 배운 것을 약간 까먹었을 때이다. 즉시가 아니라.
이 리뷰 글 자체가 바로 기억을 강화하고 배운 것을 통합시키는 학습의 전형이다. 리뷰나 서평을 쓰면서 읽었던 혹은 보았던 내용을 떠올리려는 시도 그 자체가 깊은 기억을 형성한다. 나는 지금 책을 참조하지 않고 기억에 의지해 내가 이해한 방식으로 책의 내용을 설명하려 애쓰고 있다. 이것은 책을 그냥 다시 읽는 것보다 훨씬 기억을 강화하고 읽은 것을 실제로 써먹을 수 있는 '지식'으로 전환한다.
물론 이렇게 상기·반추해보려는 노력, 자신의 언어로 글로 써보려는 노력은 느리게 가는 길이다. 하지만 어렵고 느리게 보이는 학습법이 끝에 가면 훨씬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었음이 드러난다. 성경에는 먼저 된자 나중되고 나중 된자 먼저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학습과 훈련도 그렇다.
자기 주도 학습? 자기 주도 학습은 신화다. 자기가 잘하는 것만 익숙한 방식으로 반복할 가능성이 커진다. 때로는 자기가 못하는 것을 어려운 방식으로 수행해보는 것이 성장을 이끌고 자신의 새로운 잠재력을 발견케 한다. 여기에는 반드시 적절한 조언을 하고 이끌어줄 부모, 교사, 스승, 코치가 필요하다.
기억술이 단순 암기 지식만 늘리는 술수라는 것은 오해다. 기억술이 '이해' 그 자체를 가져다주지 않는 것은 맞다. 그러나 기억술은 '이해한 무엇'을 효과적으로 인출할 수 있게 도와주는 강력한 도구다.
재능이 전부라고 생각하는가? 맞다. 당신의 인생은 그 믿음 대로 될 것이다. 노력으로 계속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맞다. 당신의 인생은 그 믿음 대로 될 것이다. 이 자기 충족적 예언이 실제로 작동한다는 것은 이미 여러 방식으로 입증되었다.
이는 공부뿐 아니라 모든 학습과 훈련에 적용되는 이야기다.
(참조 - 문재인 후보의 공부법)
17/02/12
* 헨리 뢰디거 외,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리뷰. 서평. 요약.
2016/10/27 - 같은 방법으로 열심히 노력하면 오히려 정체하고 쇠퇴한다
2016/10/24 - 천재도 없고 재능도 없다, 오직 연습이 있을 뿐이다
2014/12/26 - 재능에는 한계가 있지만 배움에는 한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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