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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로 머무는 것은 스승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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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로 머무는 것은 스승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모험러

「마땅한 제자들이 없었던 니체는 영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자신의 힘을 죽이지 않기 위해 자신의 가르침을 글로 전해야만 했다. 깨달음에 대한 니체의 가르침은 주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작품에서 제시되는데, 그것은 어떤 부류로도 분류되지 않으며, 동양의 입문서를 모델로 해서 구성된 것이었다. 힘에의 의지와 영원회귀에 대한 기초 개념들을 우화 형식으로 보여 주고 있는 이 '미래의 성경'은 사실 내적 탐험에 대한 이야기다. 즉 차라투스트라가 조금씩 처음부터 자기의 것이었던 모습이 되어 가는 이야기, 자신의 운명을 피하려고 계속 시도했지만 결국 자신이 지닌 붓다의 본성을 현재화하게 되는 이야기다. 이 파란만장한 여정은 물론 니체 자신의 여정에 상응하며, 자신의 본질적인 과업을 왜 해야 하는지 이해하기조차 바라지 않으면서 기꺼이 그 과업에 자기를 희생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아주 더디게 진행되는 성숙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사실 차라투스트라는 그 시대에는 자신의 가르침이 거의 먹히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심지어 그는 자신의 가르침을 단번에 거부하고 그것이 실현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자들보다 그것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자들을 더 신랄하게 비판했다. 동화시키고자 하는 학설에 가장 위험한 것은 어쩔 수 없어서 힘없이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가 했던 환멸에 찬 말을 재미있게 패러디하면서, 동일자의 영원회귀에 대한 예언자가 자신을 부인하는 진정한 제자들을 요구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영원히 제자로만 머문다면 그것은 선생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너희들은 어찌하여 내가 쓰고 있는 이 월계관을 낚아채려 하지 않는가?


너희들은 나를 숭배한다. 그러나 너희들이 하는 나에 대한 숭배가 어느 날 뒤집히기라도 하면 어찌할 것인가? 입상에 깔려 죽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라!


너희들은 차라투스트라를 믿고 있다고 말하려는가? 그러나 그것이 차라투스트라와 무슨 상관이냐! 너희들은 나를 따르는 신도들이렷다. 그러나 신도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이냐! 마땅히 자신을 찾아 자신의 길을 가야 했거늘 너희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 대신 너희들이 찾아낸 것은 나였으니. 뭔가를 신앙하고 있는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이 모양이다. 그러니 신앙이란 것이 하나같이 그렇고 그럴 수밖에. 너희들에게 명하노니, 이제 나를 버리고 너희 자신을 찾도록 하라. 너희가 모두 나를 부인하고 나서야 나 다시 너희들에게 돌아오리라."[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제1부 「베푸는 덕에 대하여」, §3」*


15/11/29


* 야니스 콩스탕티니데스, & 다미앙 막도날드. (2012). 유럽의 붓다, 니체. (강희경, Trans.). 파주: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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