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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세에는 가장 사악한 사람도 신뢰 받는 사람이 될 수 있고, 난세에는 가장 모범적인 사람도 비도덕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본문

명문장, 명구절

치세에는 가장 사악한 사람도 신뢰 받는 사람이 될 수 있고, 난세에는 가장 모범적인 사람도 비도덕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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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 역사의 흐름 속에서 사실상 구체적 정황으로서 나타나는 것은 일종의 으로서 작용하기 때문에 효율성을 지닌다. 그러나 역사에서 힘은 항상 특정의 배열에 의존하며, 그것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 자기 나라에서 가장 강한 사람을 예로 들어보자. 사실 이 사람은 아무리 강하더라도 혼자 힘으로는 반란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다. 그 이유는 물론 그에게 힘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상황'[勢]이 그로 하여금 반란을 일으킬 수 있도록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객관적 조건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이 객관적 조건이 과정 속에서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함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정치가는 '전장'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할 줄 아는 병법가처럼 이러한 객관적 조건에 의지해야만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정치가는 문제가 되는 조건을 자신의 행위에 유리하도록 만들기 위해 철저하게 변경시켜야 한다. 그러한 변경이야말로 바로 법가적 권위주의자들이 권장하는 개혁이다. 


전쟁에서 비겁함과 용맹함이 단지 상황에서 발생하는 잠재력의 기능인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에서는 공공의 도덕성이 전적으로 역사적인 조건에 종속되어 있다. 만약 사람들이 전체적으로 질서가 잘 지켜지기 때문에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게 되는 상황이라면, 가장 사악한 악당들마저도 신뢰 받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정반대인 경우에는 모든 사람, 심지어 덕의 귀감이 되는 사람들까지도 의심스러운 도덕성밖에 갖지 못하게 될 것이다. 역사적인 상황은 저절로 질서에 이르든지, 아니면 반대로 무질서로 나아가든지 할 것이다. 또한 마찬가지로 각각의 공국들이 서로 대립하는 힘의 관계 속에서 단지 어떤 특정한 상황(강력한 공국의 수가 적을 경우)만이 완전한 통치권을 획득할 수 있도록 만들어줄 것이며, 반대의 상황은 단지 주도권을 쥘 수 있을 정도만 허락할 것이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인물의 도덕적 가치가 아니라 그가 속해 있는 시대인 것이다.」*


15/09/10


* 프랑수아 줄리앙. (2009). 사물의 성향: 중국인의 사유 방식. (박희영, Trans.). 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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