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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에는 해방이 없다 본문

명문장, 명구절

이론에는 해방이 없다

모험러

「내가 이 책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이론적 재구성을 통한 생활세계에 대한 비판을 행위자들을 해방시키는 데 적용함으로써 적합성 공리를 실현시켜보려 했던 비판이론가들의 시도는 궁극적으로 서로의 시도가 이런 이상에 못 미친다고 비난하는 이론적 논쟁으로 귀결되고 말았다. 이 책에서 논의된 이론가들의 저작을 관통하는 '이론적 비판을 통한 해방'이란 아이디어는 랜들 콜린스가 지식인들의 '상호작용 의례사슬'이라고 부른 과정을 통해서 성(聖)스럽게 돼버린 대상이다. 비판이론가들의 상호작용 의례를 유지하고 계속하기 위해서 요구되는 '감정적 에너지'는 이론가들이 일상행위자들과의 담론에 참여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통의 대상에 관심을 집중하는, 즉 서로 잘 알고 있거나 혹은 상상속에서나마 경쟁하는 동료 지식인들과의 담화를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다.


비판이론가들은 서로에게 관심을 집중하고, 이전의 상호작용 의례사슬을 통해서 성스러움을 부여받은 사상들과 책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 뒤르켐의 말을 빌면 ― 집단적 열광을 경험하게 되고, 또 새롭게 숭배할 대상을 만들어낸다. 지식인들이 그들 자신의 지적인 산물을 성스럽게 만들려고 한다는 것은 지식인 사회의 구성원들이 지금까지의 당연시해온 지식의 구도를 그들의 사상을 중심으로 하는 지식체계로 변화시키려고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이들의 주된 관심사는 그들이 일상행위자들로 하여금 그들의 이론에 관심을 갖도록 할 수 있느냐가 아니다. 지식인들이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얘기한고 주장할 때조차도 그들은 자신들을 위해서 얘기하고 있다는 부르디외의 고백은 사실이다. 그러나 부르디외의 이런 고백도 지적인 경쟁이 일어나는 사회적 공간에서 더 많은 상징자본을 획득하기 위한 그 자신의 투쟁이 내는 소음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15/07/31


* 김경만. (2005). 담론과 해방: 비판이론의 해부. 서울: 궁리출판. pp. 294-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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