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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자식 관계의 변화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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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자식 관계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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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스 리스먼의 <고독한 군중>은 '내부지향형' 이라는 개념어를 '출세지향형'(혹은 '엘리트지향형') 정도로 고쳐 읽어야 이해가 더 쉽다.

「결국 부모 자식 관계의 역사적 변천상은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전통지향형 아이들은 부모의 표정을 살피고, 내부지향형 아이들은 부모와 다투거나 굴복하며, 타인지향형 아이들은 부모를 조종하면서 또 조종당하기도 한다.

... 내부지향적 부모들은 자녀들의 적대감이나 반발에 대해 특별히 염려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런 점을 알지 못하거나 알려고 하지 않는다. 부모나 아이들은 모두 서로를 갈라놓는 큰 간격에 의해 오히려 보호받는 것이다. 그러나 타인지향적 부모는 자녀의 행실을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야 할 뿐만 아니라 자녀의 호감도 사야 할 처지이다. 그래서 부모는 늘 자녀를 '설득'하기 위해 논증기술을 구사하게 된다. 그러나 이윽고 자녀는 민감한 수신장치를 통해 부모 못지않은 논쟁기술을 익히게 된다. 그러면 부모는 그에게 투항할 것이냐 아니면 불안하기는 하나 내부지향적인 엄격한 부모의 권위로 되돌아갈 것이냐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 그러나 이러한 (타인지향적 부모와 아이들 간의) 논쟁은 그 성격상 부모에게 아주 힘든 판정승을 안겨줄 뿐이다. 

과거에 부모들은 반드시 해야 할 명백한 본분이 무엇인지 자녀에게 보여줄 수 있었다. 여기서 명백한 일이란 전통지향 단계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통념에 비추어 옳다고 인식되는 사항을 말한다. 그러나 오늘날 소비나 여가 문제 같은 것은 명백한 사항이 아니다. 그런 사항에 관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경우에는 가정이라는 범위를 벗어나서 모델을 찾아야만 한다.

현대 부모들은 자기들이 속해 있는 집단의 변화무쌍한 규범에 늘 주의를 기울이면서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것이다. 실제로 매스미디어는 많은 모델들을 가정으로 배달해주며, 그것이 마치 재판소의 판례집이나 된다는 듯 부모와 자녀는 그것을 참고해서 자기들 나름대로 처신한다.」*

14/08/15

* 데이비드 리스먼, <고독한 군중>에서 발췌, 수정,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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