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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러의 책방
1.서부 지법 폭동이 났을 때, 철학자 박구용은 이번 내란은 반혁명적 성격이 있다며, 언론을 통한 여론 조성에서, 폭민의 폭동으로 나아갔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파시즘의 출현이다. 이것은 단순하게 볼 문제가 아니다. 출현한 이상 쉽게 제거되지 않고, 장기적 투쟁이 시작됐다는 의미다. "'폭력적인 난동을 부렸으니, 언뜻 생각하기에는, 저들에 대한 지지세력이라든가 그런 것들이 약화되지 않을까?', '저들에 대한 도덕적 비판 또는 정치적 비판이 전국민적으로 일어나지 않을까?'이렇게 생각하면 파시즘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파시즘은 모든 국민을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한다. 서로의 골을, 넘어갈 수 있는 다리를 다 없애버린다. 오히려 폭력적 상황을 극단적으로 격화시킨다. 특히 비정치적이거나 정치에 무관심한 사..
「우리 시대의 정치적 연설과 글쓰기는 대부분 정당화할 수 없는 것을 변호하는 데 사용된다.따라서 정치적 언어는 주로 완곡어법과 논점 회피, 그리고 순전한 모호함으로 가득 차게 된다. 무방비 상태의 마을들이 공중에서 폭격당하고, 주민들은 시골로 쫓겨나며, 가축들은 기관총으로 살해되고, 오두막은 발화탄으로 불태워진다: 이것을 '평화 정착'이라고 부른다. 수백만 명의 농민들이 그들의 농장에서 쫓겨나 가진 것만을 들고 길을 떠돌게 된다: 이를 '인구 이동' 또는 '국경 조정'이라고 부른다. 재판도 없이 수년간 투옥되거나, 목 뒤에서 총살당하거나, 북극의 벌목장에서 괴혈병으로 죽어가도록 보내진다: 이를 '불안정 요소의 제거'라고 부른다.이러한 어법은 실제 일어나는 일들의 심상을 떠올리지 않고도 그것들을 지칭하고 ..
“파시스트들은 한 명의 유대인도 없으면 유대인을 만들어 낼 것이다” - 야스퍼스 --- 긴 침묵 후, 그녀가 갑자기 말을 시작했다. "우리 가족은 라인란트의 크산텐 출신이야. 거의 모든 가족이 1096년에 살해당했지. 십자군! 하나님께서 원하신다! 기사 에미히와 고트샬크는 교황 우르바누스 2세의 부름에 열성적으로 응답했어. 그들은 라인란트의 유대인들을 학살하면서 성묘를 위한 싸움을 시작했지. 크산텐에서는 예후다라는 한 소년이 기독교로 개종했기 때문에 살아남았어. 귀도 폰세카라는 이름으로 이탈리아에 정착했는데, 그곳에서 조상의 신앙으로 돌아갔어. 아니면 네가 말하는 대로 다시 유대교식 배신으로 돌아갔다고 할 수도 있겠네. 그의 후손들은 다시 유대인이 되어 1288년 나폴리에서 추방됐어. 그들은 전 세계를 ..
현재가 과거를 도울 수 있는가?산 자가 죽은 자를 구할 수 있는가?자료를 읽을수록 이 질문들은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되는 듯했다. 인간성의 가장 어두운 부분들을 지속적으로 접하며, 오래 전에 금이 갔다고 생각했던 인간성에 대한 믿음이 마저 깨어지고 부서지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쓰는 일을 더이상 진척할 수 없겠다고 거의 체념했을 때 한 젊은 야학 교사의 일기를 읽었다. 1980년 오월 당시 광주에서 군인들이 잠시 물러간 뒤 열흘 동안 이루어졌던 시민자치의 절대공동체에 참여했으며, 군인들이 되돌아오기로 예고된 새벽까지 도청 옆 YWCA에 남아 있다 살해되었던, 수줍은 성격의 조용한 사람이었다는 박용준은 마지막 밤에 이렇게 썼다. “하느님, 왜 저에게는 양심이 있어 이렇게 저를 찌르고 아프게 하는..
"전두환 당시 쿠데타를 해서 권력을 장악한 전두환과 지금 윤석열 간의 시대적 상황이 딱 하나의 차이가 있어요. 당시 전두환이 구데타를 할 당시는 우리나라는 단 한 번도 정권교체를 경험한 적이 없었습니다. 80년 당시는 그랬었죠.그러니까 모든 기관이 다시 말하면 권력기관, 지금 중대한 권력기관들, 그리고 군과 경찰들이 일사불란했습니다. 왜?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렇죠.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의심할 필요가 없는 거예요.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순간순간 다 의심을 해요. 그러니까 그 의심의 시간이 30분을 늦춘 거예요. 의심의 시간이.그러니까 저는 우리가 이번에 살 수 있었던 것은 출발점으로 가면 동학농민전쟁부터 3.1운동 그리고 5.18민주항쟁을 통해서 승리해온 그분들 때문에 살아남은 것이다. 그분들이 이룩한..
"우리는 그때 아무것도 하지 않았소. 완전히 손을 놓고 있었지... 테러에는 테러로 답해서는 안 되니까. 테러리즘은 그릇된 것이고 아무것도 이룰 수 없소. 이것이 우리 선한 이들, 신의 벗들이 생각하는 바요. 테러리즘은 악이자 죄요."자신의 양심이 아닌 다른 이의 양심에 짊어지우는 게 낫겠지, 심문관은 생각했다. 바로 그것이 - 그리고 오직 그것만이 - 당신이 나를 돕는 이유다. 오직 그 이유로 당신은 내게 정보를 주고 있다. 내가 복수를 찾고 있다고 확신하면서. 내가 암살을 계획하고 있다고. 테러 행위를. 당신을 혐오스럽게 하는 그 테러를. 하지만 그것이 실행되면, 당신은 "데오 그라시아스", 하느님께 감사드린다고 중얼거릴 것이다. 무릎을 꿇은 채. 하늘을 향해 눈을 들며. 죄 없이. 하지만 만족스럽게..
안제이 사프콥스키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글을 쓰기 전에는, 외국계 무역 회사의 수석 영업 담당자였다고 한다.상인의 현실 감각과 서생의 상상력을 갖춘 판타지 작가라니, 이거 귀하다. 그래서 그런지, 위쳐에서든, 후스 전쟁에서든, 경제에 대한 그의 통찰력이 번뜩이는 순간들이 있다.위협적인 흑마법의 힘을 보여주며 협박하는 소서러 앞에서, 퍼거스 컴퍼니의 상인 대표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다. 그는 조용히 책상에서 금화 하나를 꺼내 보여주며 이렇게 말한다. "이것은 플로리노 도로입니다. 플로린 또는 길더라고도 불리죠. 지름이 약 1인치, 무게는 4분의 1로트 정도이며, 24캐럿의 순금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앞면에는 피렌체의 백합 문양이, 뒷면에는 세례 요한 성인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렐레노르트 경, 눈을..
"혁명의 대의를 믿었어," 레이네반이 마침내 말했다. "사도적 신앙, 이상, 사회 정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싸움에 대한 진정한 사명감이 있었지. 우리가 낡은 질서를 바꾸고, 세상을 그 굳어진 기반에서 움직일 거라고 진심으로 믿었어. 우리의 승리가 부도덕과 악을 끝낼 거라 깊이 믿으며 대의를 위해 싸웠어. 혁명을 위해 피를 흘릴 준비가 되어 있었고, 자신을 희생하고 성벽에 돌처럼 던질 준비가 되어 있었지... 그리고 정말 그렇게 했어, 미친 사람처럼, 눈먼 사람처럼, 바보처럼. 아까 뭐라고 했지? 광신? 열성? 맞아, 딱 맞는 말이야. 근데 이제 어쩌지? 그 광신자와 신참이 그의 당연한 대가를 받겠지. 그의 어리석은 맹목과 무모한 열정이 그의 종말이 될 거야. 그뿐만 아니라 그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도 ..
"도로타?""네, 레인마르?""바로 여기 오와바 근처 스트르젤린 도로에서.. 우리가 3년 전 여름에 만났을 때.. 당신은 세상으로 나가려고 했었죠. 브로츠와프만 가면 된다고. 일하러... 근데 당신은 그리 멀리 가지 못했군요..""난 브로츠와프에 갔었어요." 그 매춘부는 그에게 먹이던 그릇을 내려놓았다.“거기서 살다가 돌아왔죠. 알보고니 일은 어느 곳에서나 똑같았어요. 그리고 어디에서나 똑같이 힘들고요. 그러다 다시 예전 일터인 브르제크와 크라운 사창가로 돌아갔어요. 내가 죽으면 어머니를 묻은 곳과 같은 공동묘지에 묻어줄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전투가 시작되자 부상자와 병자들이 많이 생겼어요. 병원에 있는 수도사들은 도움이 필요했고 그래서 제가 도왔죠. 처음에는 브르제크의 성당에서요. 그러다 이곳 오와..
"아마도 신은 그들 편일까?" 수도사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마쳤다. 지에르즈카는 무거운 침묵 속에서 생각했다.'불과 1년 전만 해도 누구도 그런 말을 하기는커녕 감히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철저하게. 그런데 왜 세상은 항상 학살과 대화재 속에서만 바뀌는 걸까? 세상은 스스로 새롭게 거듭나려 할 때, 포파이아가 우유로 목욕했던 것처럼, 늘 피로 목욕을 해야만 하는 걸까?'Sapkowski, Andrzej. Warriors of God (Hussite Trilogy Book 2) (pp. 522-523). Orbit. 안제이 사프콥스키. 신의 전사 (후스 전쟁 3부작 2 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