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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과정은 하나의 율동이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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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과정은 하나의 율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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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체의 철학은 칸트의 철학과는 반대이다. 순수 이성 비판에서 칸트는 주관적 자료가 객관적 세계의 나타남 속으로 넘어가는 것을 추구했다. 유기체 철학은 객관적 자료가 주관적 만족 속으로 넘어갈 수 있는가를 추구한다. 유기체의 철학은 또한 객관 자료 속에 있는 질서가 어떻게 주관적 만족 속에다 그 강도를 짙게 만들어 주는가를 추구하는 철학이다. 칸트의 경우에는 세계가 주관으로부터 출현하지만, 유기체 철학의 경우에는 반대로 주체가 세계로부터 출현한다. 주체라기보다는 '자기초월체'가 출현한다(화이트헤드, <과정과 실재> 중).

칸트의 경우에 '주관'이라는 것은 우연적으로 변하는 것들의 밑바닥에서 받쳐 주는 자기-동일적이며 변하지 않는 실체 같은 것이다. 물자체가 바로 그것이다. 화이트헤드의 철학은 이런 점에서 칸트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화이트헤드에게 주관이란 실체가 아니고 되어져 가는 과정 그 자체이다. 일(一)에도 다(多)에도 실체성은 없다. 일이 다가 되고 다가 일이 되는 벡터적 힘의 방향이 있을 뿐이다. 벡터는 여러 사물들을 하나의 초주관의 구성 성분이 되도록 전달한다.

창조적 과정은 하나의 율동이다. 여러 사물들이 모인 공적인 것에서 개별적 사적인 것으로 한번 움직였다가, 그 반대로 사적인 개체에서 객관화된 개체들의 공적인 것으로 움직인다. 먼저 움직임은 목적인에 의해 움직이고, 나중 움직인은 효능인에 의해 움직이다. 전자는 이상(idea)이고 후자는 사실(actual)이다. 이상과 사실은 이와 같이 그네뛰기를 하는 듯한 율동을 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율동을 창조성이라고 한다.」*

14/11/26

* 김상일, <화이트헤드와 동양철학>에서 발췌,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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