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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득(自得)을 추구하는 인간들의 공동체

모험러
「그(황종희)는 정주성리학이 추구하는 유가적 사회와 그것을 실현하는 원천이 될 인간 본성의 존재에 대해 공감했지만, 그들이 통합의 근거로 현실초월적인 가치를 권위로 앉히는 것에는 반대했다. 황종희의 이러한 입장은 현실의 절대적 권력을 부정하는 데로 이어진다. 형이상학을 등에 업은 절대적 권위를 부정하고도 사회통합을 꿈꾼다면, 남는 것은 현실의 인간들 간에 이루어질 합의밖에 없다. 유학자 엘리트로서 황종희가 세상에 대해 갖는 특별한 책임감은 그 시대의 사람으로서 갖는 자각이지만, 인간 개개인의 자득을 촉구하며 자득을 추구하는 인간들이 협력하여 세상이 참담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그의 자각은, 유학 안에 갇힐 수 없으며 시대에 갇힐 수도 없는 것이다.」*

자득(自得)을 추구하는 인간들이 협력하고 합의하며 사는 세상, 마르크스가 말한 자유로운 개인들의 공동체가 떠오른다. 유가에서 말하는 자득의 핵심은 외물(外物)에 부림 받지 않는 내면의 힘을 발견하고 튼튼히 하는 것이다. 이를 마르크스식으로 표현하면 상품물신성(Commodity Fetishism)의 주술을 깨뜨리는 힘을 회복하는 것 아닌가. 에리히 프롬은 이 과제상황을 간명하게 표현한 바 있다.

소유나, 존재냐.

14/04/06

* 황종희 지음, 이혜경 주해, <맹자사설>의 해제에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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