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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씨의 자제와 손님들이 보기에 (돈을 빌리러 온) 허생은 영락없는 거지였다. 허리에 찬 실띠는 술이 빠져 너덜너덜하고, 갖신은 굽이 자빠졌으며, 갓은 찌그러졌고, 도포는 때가 새카맸으며, 코에서는 맑은 콧물이 졸졸 흘렀다. 그러나 말이 간단하고 눈빛이 오만하며 얼굴에 부끄러운 빛이라곤 없었다.
... (후에 다시 돈을 갚으로 와)
"나를 기억하겠소?"
변씨가 놀란 얼굴로 말했다.
"그대 얼굴은 조금도 좋아지지 않았는데, 1만 냥을 다 잃은 거 아닙니까?"
허생은 웃으며 말했다.
"재물이 생겼다고 얼굴이 좋아지는 건 그대들 세계에서나 있는 일이오. 1만 냥으로 어찌 도를 살찌울 수 있겠소?"」*
13/05/04
* 박희병·정길수 편역, <기인과 협객> 중 박지원의 <허생전>에서 발췌, 각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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