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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망 없는 우리 일의 성공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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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이유로 삭제 했던 글. 아래 글 <사상이 버려진 자리>를 올리고 나자, 이 글이 생각나 다시 올린다.



"가망 없는 우리 일의 성공을 위해서!"*란 제목의 박노자 선생의 글을 읽다 보니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좌파정치라는 이름의 저항을, 꼭 '이기기' 위해서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답게 살다 죽기 위해서 하는 것이죠." 요즘 해방전후사를 공부하다 보니 이렇게 했어야 한다 저렇게 했어야 한다 말들이 많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떤 '과학적 노선'을 선택했든, 당시 진정으로 독립적이고 인간다운 삶을 살고자 했던 이들은 박노자 선생 말대로 '싸우다 죽게 돼' 있었다. 북에서나 남에서나.

언젠가 읽었던 <경성 트로이카>가 떠오른다. 남로당 총책 김삼룡이 1950년 봄 경찰에 붙잡혀 고문과 회유를 당할 때다. 심문이 몇 날 며칠 계속된 후 한 경찰 간부에게 김상룡이 말한다.

"일정 때 우리가 놈들의 힘을 빼앗으려고 싸우는 동안 당신들은 자신들의 힘을 키웠소. 우리가 학업과 생업을 포기하고 공장과 감옥을 떠도는 동안 당신들은 국가를 운영할 기술을 배우고 사람 고용할 돈을 모았소. 일제가 물러나고 보니 우리 같은 사람은 쓸모가 없고 당신 같은 사람들이 이 나라를 지배 하는구려. 참 허무한 일이요. 허무한 일이요."

이 말을 들은 경찰 간부는 그런데 왜 북한으로 가버리지 않고 서울에 남았느냐고 묻는다. 김삼룡은 대답한다.

"북에 올라간 박헌영 동무가 저렇게 모진 천대를 받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거기 가겠소? 우리는 남북한 어디에도 갈 곳이 없소."

그렇게 말하는 김삼룡의 눈에는 잡힌 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눈물이 고였다.**

1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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