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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신 선생의 <문장비평>을 읽으면 식은땀이 난다. 이효석, 이청준, 최인훈, 황석영, 박경리, 피천득, 이어령, 조지훈 등 문장으로 한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분들이 남영신 선생의 날카로운 분석 앞에서 모두 벌거숭이가 된다. 하나같이 엉망이다. 일본식 어투들, 영어식 어투들, 되다 만 문장, 바르지 않은 단어 선택, 잘 못 쓴 문장부호, 주어-동사 호응 불일치, 잘못 쓴 조사나 어미, 해독 불가 비문, 접속어 남용, 시제 오류 등 괴이한 문장이 그분들의 대표 작품에 가득하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쟁이들이 우리말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이 현실이 처음엔 두렵고, 그다음엔 서글프다. 우리는 교과서에 실린 저분들의 작품으로 글을 배웠고 글을 써왔지 않는가. 대체 누구를 믿고 누구의 본을 받아 글쓰기를 익혀야 한단 말인가. 문장만이 아니다. 표현법, 주제 전달, 문단 구성, 문맥 형성, 문단 나누기, 글 전개의 흐름 등이 어수룩하고 수준 이하인 경우도 수없이 발견된다. 대가들도 이 모양인데 하물며 나는 어떠하랴. 새해에 나는 남영신 선생의 말대로 글쓰기의 기초부터 초등학생의 마음가짐으로 다시 배워야겠다.

"미인은 고운 글을 쓰고, 선인은 좋은 글을 쓰고 의인은 바른 글을 쓴다. 글쓰기를 배우기 전에는 몰랐지만 글쓰기를 배운 후에는 글과 인격의 관계가 이렇게 연결됨을 알게 된다. 우리가 글쓰기를 생활화하면 글의 생리를 알게 되고, 글을 알게 되면 글 쓰는 사람의 생리를 알게 되기 때문에 글로 장난을 치려는 섣부른 시도를 하는 지식인은 이 땅에서 발을 붙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우리 모두가 바른 글을 쓰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나의 소원은 글쓰기의 이런 효과를 얻고자 함이다."*

13/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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