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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선생은 우리나라 시 속에 수많은 '누님'이 있고 그 '누님'들만 모아놓아도 사전 한 권은 나올 테지만, 김용택의 '누님'이 빠진다면 그 사전은 성립할 수 없다고 말한다.* 김용택 시인의 시 <섬진강 4>에서 누님은 누군가를 몹시 기다리지만, 누님이 기다리던 것은 그 누구도 아니다. 우리의 모든 서러움과 외로움, 그리움은 모두 기다림에서 나온다. 그러나 아무도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참된 사랑은 시작된다.

「비로소 나는 누님의 따뜻한 세월이 되고, 누님이 가르쳐준 그 그리움과 기다림과 아름다운 바라봄이 사랑의 완성을 향함이었고 그 사랑은 세월의 따뜻한 깊이를 눈치 챘을 때 비로소 완성되어 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누님, 오늘밤 불빛 하나 오래오래 내 가슴에 남아 있는 뜻을 알겠습니다. 
누님, 누님은 차가운 강 건너온 사랑입니다. 
많은 것들과 헤어지고 더 많은 것들과 만나기 위하여, 오늘밤 나는 사랑 하나를 완성하기 위하여 그 불빛을 따뜻이 품고 자려 합니다.」**

12/12/25

* 김훈, <내가 읽은 책과 세상: 김훈의 시 이야기>에서 봄.
** 김용택, <섬진강 4 - 누님의 초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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