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러의 책방
용기를 잃지 말고 겪어내라! 네 방식대로 게임을 즐겨라! 본문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마치 놀이를 할 때처럼 자진해서 한다. 니체가 말하는 운명애(Amor fati)가 바로 이 자세이며, 자주 인용되는 세네카의 명언, "운명은 뜻이 있는 자를 인도하지만 뜻이 없는 자는 억지로 끌고 간다" 또한 이 얘기다.
너는 네게 주어진 운명을 상대할 수 있는가? 햄릿이 고민하는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삶이라는 경험의 본질은 궁극적으로 고통과 쾌락, 기쁨과 슬픔이 따로 뗄 수 없이 뒤섞여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 태어나 생명을 얻기 위해서는 고통을 무릅써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태어날 수 없다. 동양의 환생 개념의 바탕에는 바로 이런 사상이 깔려 있다. 네가 네 깨달음을 위해 이것을 원했기 때문에 너는 이 특정한 시간, 특정한 장소에 특정한 운명을 띠고 세상에 태어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네가 지금 생각하는 '너'가 아니라, 네가 태어나기 전에 이미 있었고 지금도 네 심장을 뛰게 하고 폐가 숨 쉬게 하고 네 삶에서 온갖 복잡한 일을 해주고 있는 '너'다. 용기를 잃지 말고 겪어내라! 네 방식대로 게임을 즐겨라!
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승패를 떠나서 즐거운 게임일수록 힘들고 복잡하고 위험하다. 그렇기에 동양에서나 서양에서나 예술가는 대개 단순한 일을 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난해한 것이 예술가에게는 단순하게 느껴진다. 예술가는 어려운 일, 도전을 추구한다. 예술가가 삶에 접근하는 기본 자세는 일이 아니라 유희이기 때문이다.
예술을 삶의 게임으로 대하고 삶 자체를 게임의 예술로 보는 이 같은 자세는 꼭 좋은 것만은 아닌 실존에 즐겁고 활기차게 접근하게 해준다. 이는 인류 보편의 죄라는 신화에 기반하는 서구 기독교 문명과 상반된다. 서구에서는 낙원에서 추방된 이래로 모든 사람은 죄인이고, 모든 행동은 죄의식을 수반하는 죄의 행위다. 반면 동양에서는 우리 눈에 잔인해 보이는 자연조차 순수하다고 생각한다. 인도에 세상은 신의 유희라는 말이 있다. 기기묘묘하고 가차없는 유희, 더없이 거칠고 잔인하고 위험하고 어려우며 한도를 모르는 유희로, 종종 가장 뛰어난 자가 패배하고 가장 형편없는 자가 승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게임의 목표는 승리가 아니다. 앞서 쿤달리니의 통로를 올라가면서 배운 것처럼 일반적인 의미의 승패는 저급한 차크라의 경험이기 때문이다. 뱀이 위로 올라가는 것은 의식의 빛을 맑고 환하게 하기 위해서이며, 이를 성취하기 위한 첫 단계는 ('바가바드기타'를 비롯한 여러 경전에서 가르치듯) 현세에서든 내세에서든 행동이 가져올 결과에 대한 관심을 모두 버리는 것이다. 전쟁터에서 크리슈나 신은 전사 왕자 아르주나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네게 주어진 것은 오로지 행동이지 행동의 결과가 아니다. (...) 포기와 행동이 하나임을 아는 자는 진리를 아는 자다."
그러므로 예술로서의 삶, 그리고 유희로서의 예술, 득실을 따지지 않는 그 자체를 위한 행동은 삶을 요가로, 그리고 예술을 그런 삶을 얻게 해주는 수단으로 바꿔주는 열쇠다.」
- 조지프 캠벨, "다시, 신화를 읽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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