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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블레이크를 죽였는가| 러브크래프트 전집 독서기 #5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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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블레이크를 죽였는가| 러브크래프트 전집 독서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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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 러브크래프트, 러브크래프트 전집, 정진영 옮김. 황금가지.

(누가 블레이크를 죽였는가)



일기나 일지를 통해 사건의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은 언제나 신비감을 줍니다. 때문에 비디오 게임에서도 많이 채택하는 스토리텔링방식이죠. 우리는 이 작품에서 블레이크의 일기를 바탕으로 블레이크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가 추적하게 됩니다. 블레이크는 인간의 접근을 거부해온 무시무시한 공포의 교회에 발을 들이는데요, 그 교회에 자신이 처음 들어선 게 아니며 자기보다 먼저 교회를 탐사해보려고 했던 과거 어느 기자의 해골을 발견하는 순간이 인상깊습니다. 블레이크는 기자가 남긴 수첩을 통해 교회의 비밀을 조금 알게 됩니다. 우리가 블레이크의 일기를 통해 사건의 면모를 알게 되듯이, 블레이크는 죽은 기자의 수첩을 통해 알게 되는 겁니다. 마치 게임에서 던전을 탐험하던 용사가 어느 선배 용사의 해골과 일지를 발견한 느낌이 들더군요. 


블레이크는 교회에서 빠져나오게 되지만, 문제는 그 저주받을 곳을 다시 한번 찾아가 우주적 비밀을 들여다보고 싶다는 욕망을 떨쳐버리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장소만 저주받은 게 아니라, 우리의 이 떨칠 수 없는 욕망도 참 저주받을 욕망이죠? 떨치고 싶어도 떨칠 수 없는 욕망은 거의 언제나 파멸의 원인이 되는 거 같습니다. 그럼 치명적 욕망에 사로잡힌 블레이크의 마지막 일기 내용을 읽어보고 끝내겠습니다.


"나는 그걸 보고 있다. 이쪽으로 다가오는… 지옥의 바람, 거대한 얼룩, 검은 날개… 요그--소토스가 나를 구하려 한다. 잎사귀 모양의 눈동자 세 개를 이글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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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리뷰, 책 발췌, 낭독, 잡문 등을 남기는 온라인 책방. 유튜브 채널 '모험러의 책방'과 ′모험러의 어드벤처′(게임)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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