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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릿광대이고 싶다 본문
「여기에서 양치기라는 초인의 웃음이 폭발하면서 당당하게 만들어낸 순간의 영원성의 수수께끼가 풀렸다. 삶에 의해 천천히 질식당하도록 내배려두기보다는 차라리 이빨로 삶을 꽉 물어 버리라는 것, 그것이 바로 차라투스트라의 가르침이고, 다른 예언자들처럼 쉽게 화내지 않고 진심으로 웃으면서 나체가 우리에게 표현하려고 했던 가르침이다. 여기에서 웃음은 부차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가치들의 창조가 준 기쁨의 자발적인 표현이며, 지상의 실재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의 증거다.
더욱이 니체는 홉스 같은 위대한 철학자들이 웃음에 대해 가졌던 경멸감을 규탄한다. "나는 그 웃음의 등급에 따라 - 황금의 웃음을 웃을 수 있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 심지어 철학자들의 순위가 있음을 인정하고 싶다."[니체, 『선악의 저편』] 이런 기품 있는 웃음은 자신의 생산물로부터 초연해지는 것을 전제하므로, 일반적으로 창조자들에게는 해학이 없다. 창조자들은 너무 진지하다. 니체는 자신의 개성을 경배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 안에는 종교 창시자의 그 무엇도 들어 있지 않다. (······) 나는 '신자'를 원치 않으며, 나 자신을 믿기에는 내가 너무 악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는 결코 대중을 상대로 말하지 않는다······. 내가 언젠가 신성하다는 말을 듣게 될까 봐 나는 매우 불안하다. 이제 사람들은 내가 어째서 이 책을 먼저 출판하는지를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나에 대한 사람들의 못된 짓을 방지하게 될 것이다······. 나는 성자이기를 원치 않는다. 차라리 어릿광대이고 싶다······. 아마도 나는 어릿광대일지도 모른다······."[니체, 『이 사람을 보라』, 「왜 나는 하나의 운명인지」]
니체는 독단주의 철학자들의 "소름끼칠 정도의 진지함"을 가장 "신성한" 것들, 그것들을 우스갯거리로 만들지 않으려고 우리가 습관적으로 아주 장중하게 치장시키는 것들조차도 비웃는 아주 드문 소질과 대조시킨다. 이러한 우상파괴적인 태도는 그 어떤 우상숭배도 꺽어버리기 위해 붓다를 개, 심지어 똥(!)에 비유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선사들의 장난스런 익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한다.」*
15/11/30
* 야니스 콩스탕티니데스, & 다미앙 막도날드. (2012). 유럽의 붓다, 니체. (강희경, Trans.). 파주: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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