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러의 책방
공적인 것은 빠져나가고 사적인 것만 남은 진보 본문
「그러나 만일 현재 체현된 진보 개념이 너무나 생소하여 그것이 여전히 우리와 함께 머물고 있는지 궁금해진다면 이는 현대적 삶의 다른 매개변수들처럼 진보 역시 '개인화'되었기 때문일 터이다. 좀더 핵심을 말하자면 진보 개념에서 공적인 성격이 빠져나가고 사적인 것만 남게 되었다는 것이다. 진보, 그것은 이제 공적인 성격이 사라졌다. 이는 지금 현실을 '업그레이드'하려는 제안들이 다종다양해졌기 때문이고, 기발하고 새로운 것이 정말 개선을 의미하는가라는 논쟁이 그것이 도입되기 전후로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고 선택된 연후에조차도 논박당할 여지에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은 개선이란 문제가 이제는 집단이 아니라 개인 차원의 기획이 되었기 때문에 사적인 것이 되었다. 이제 자신들의 지혜와 자원과 근면함을 이용하여 스스로를 좀더 만족시키는 조건으로 끌어올리고, 불쾌한 현재의 조건들을 수수방관하는 것은 바로 개개 남녀들이기 때문이다. 울리히 벡은 『위험 사회』에서 이렇게 썼다.
개인화된 삶의 양식과 조건들이 출현하면서 사람들은 ― 살아남기 위해 ― 앞으로의 삶을 계획하고 관리할 때 스스로를 줌심으로 세우게 된다. (······) 개인은 실제로 자신의 사회적 정체성을 선택하거나 바꾸어야 할 뿐 아니라, 그러한 일의 위험을 직접 감수해야 한다. (······) 남녀 개인들이 생활세계에서 사회적 재생산의 단위가 되는 것이다.」*
15/08/26
* 지그문트 바우만. (2009). 액체근대. (이일수, Trans.). 도서출판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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