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형이상 (2)
모험러의 책방
「분명히 말하지만 주자에게 있어 태극은 기가 아니라 기의 '소이所以'이다. 그것은 기와는 다른 초월적 영역의 형이상자임을 명시해둔다. 그동안 학자들은 이理의 내재만을 중시했지 초월의 측면을 깊이 유의하지 않으려 했다. 퇴계는 이 측면에 깊이 경도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철학은 주자학 가운데 신학적 지평을 확장시켰다(이에 비해 율곡은 자연론적 지평에 더욱 충실했다). 사람들은 유학을 일상적 사회규범의 세속적 지평에서 바라보는 데 익숙해서 이같은 신학적 지평을 간과한다. 정통 유학자들은 유학을 기독교와 대척적이라고 믿고 싶어한다. 유교가 일종의 신학이며, 기독교와 닮은 데가 있다 하면 펄쩍 뛴다. 이유는 여럿일 것이나, 근본적으로 유교 전통을 폐기하고 들어선 근대 과학문명과 기독교적 정신이 한통속이라고 생..
단학은 우리나라에서는 흔하지만 전 세계 신비주의 전통에서 봤을 때는 참 독특하고 이단적인 그리고 비주류인 철학/수행 체계다. 거의 모든 신비철학과 형이상학 철학을 통합적으로 조망하고 있는 켄 윌버조차 단학은 언급하지 않는다(다시 자세히 읽어보니 언급하고 있다). 쿤달리니 요가의 차크라 개념이 단학의 개념과 가장 비슷하긴 한데, 쿤달리니 요가와도 여러 면에서 다른 것 같다. 한편 단학은 사기꾼이 득실거리고, 잘못 수행했다가는 상기병에 걸리는 수행체계로 악명이 높기도 하다. 그러나 이 수행이 주는 잠재력과 가능성은 결코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관조(주시, 각성, 깨어있기)와 단전호흡이 결합하면 그것이 바로 성명쌍수요, 영육쌍전이다. 전자만 있다면, 심오한 몰입(삼매, 무의 경험)을 체험할지는 모르나 몸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