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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러의 책방
현대사회는 성과사회이자 피로사회, 즉 자기 착취의 사회라는 철학자 한병철 선생의 주장을 소개한 적이 있다. 학자가 분석적으로 도달한 깨달음에, 소설가는 직관으로 도달하기도 한다. "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고통스럽게 행해진 게 아니었어. 실제의 착취는 당당한 모습으로, 프라이드를 키워주며, 작은 성취감과 행복을 느끼게 해주며, 요란한 박수 소리 속에서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형이상학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던 거야."* 12/07/05 * 박민규, 중 2012/06/10 - "난 할 수 있어" - 자기 착취의 시대 2012/06/21 - 피로는 폭력이다 2012/08/23 - 어느 피로사회의 8월
같은 날 두 기사를 봤다. 하나는 실적 압박으로 SC은행 지점장이 투신 자살했다는 내용이다.* 다른 하나는 "의사들의 비밀, 수술 환자가 죽는 진짜 이유는..."이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실적 경쟁 때문에 '공장식 대형 병원'에서 일하는 전공의들의 피로가 한계를 넘은 것이다.** 한병철 선생이 "피로사회"에 쓴 말이 떠올랐다. "자본주의가 일정한 생산수준에 이르면, 자기 착취는 타자에 의한 착취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고 능률적으로 된다. 그것은 자기 착취가 자유의 감정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성과사회는 자기 착취의 사회다. 성과주체는 완전히 타버릴 때까지 자기를 착취한다. 여기서 자학성이 생겨나며 그것은 드물지 않게 자살로까지 치닫는다." 진실이 담긴 말이다. 그러나 성과주체에게 외적인 강요가 없다는 분석에는..
를 쓴 한병철 교수는 현대사회는 스스로를 착취하는 사회라고 말한다. 이 사회를 지배하는 심리는 자기애(나르시시즘)이다. 우울증도 그래서 생긴다. 다들 '나'라는 늪에서 헤매고 있기 때문에 나와 다른 진정한 다른 이도 없고, 다른 이를 사랑하지도 못한다. 그래서 오늘날 사랑은 둘이서 하는 자기애, 곧 이중적 자기애에 불과하다. 결국 남은 '나'의 소비 대상일 뿐이다. 그래서 경쟁의 대상도 '나'이다. 내가 나와 경쟁하므로 그것은 끝이 없고, 결국엔 자신을 소진하게 된다. 자기가 자신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것이다. "너는 해야만 돼"에서 "너는 할 수 있다"로, 그것이 다시 "나는 할 수 있다"로 옮겨진 사회. 이 시스템 속에서는 모두가 패배자이자, 모두가 (자기)착취자이며, 사회를 변화시키기 보다는 내 삶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