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인은 없나니
「폭력에 굴복함으로써 폭력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견해는 그저 현실도피일 뿐이다. 이미 지적했듯이 이런 입장은 돈과 총의 보호를 받는 사람들이나 가질 수 있는 생각이다. 하지만 왜 이러한 현실도피를 하는 것일까? 철저하게 폭력을 증오하는 이들은 현대 사회에 폭력이 필수불가결하다는 것, 그들 자신이 지닌 훌륭한 감정과 고결한 태도가 모두 무력에 의해 뒷받침되는 부당성의 산물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의 수입이 어디서 생기는지 알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 밑바닥에는 차마 마주보기 힘든 엄연한 사실이 있다. 개별적인 구제는 불가능하다는 사실, 인류 앞에 놓인 선택은 선과 악 중에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대체로 두 가지 악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라는 사실이다. 나치가 세계를 지배하도록 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