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주의자들이 진심으로 진보를 믿던 시절
「진정성 허구를 꿰뚫어보기 위해서는 근대와 화해하고 지난 250년이 비극적 실수가 아니었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얻은 것도 있고 잃은 것도 있지만, 적어도 총체적으로 봤을 때 근대를 끝장내고 후진해 향수 젖은 과거로 되돌아가는 일은 잘못임을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갈 수도 있다. 근대와의 화해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긍정적으로 포용하는 일을 수반한다. 그것은 두 가지가 단순한 필요악이 아니라 그 자체의 가치 구조와 도덕 기반을 갖춘 정치·경제의 조직체계로서 이런 체계보다 일정한 장점을 지님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시장에 등을 돌리는 일은 옳지 않다. 또한 분노와 억압으로 고통받던 수많은 이들의 숨통을 터준 권리와 자유를 해치는 사회질서를 완벽한 것으로 이상화하며 갈망해서도 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