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 접촉과 공간의 공유가 쓸모없어질까?
「가다머(Hans Georg Gadamer)가 『진리와 방법』에서 지적해 유명해진 대로 상호이해란 '지평들', 즉 인식 지평들의 '융합'으로 촉발된다 ― 이 지평은 삶의 경험이 축적되는 과정에서 생겨나고 확장된다. 상호이해가 요구하는 '융합'은 공유된 경험의 소산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경험을 공유한다는 것은 공간의 공유 없이는 생각할 수 없다. 가다머의 가설에 대해 마치 다량의 경험적 증거를 제공하기라도 하듯 사업상 여행을 자주하는 사람들이나 지금 막 등장 중인 전 세계를 누비는 엘리트 또는 '글로벌 지배 계급'들이 직접 얼굴을 마주보고 만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 또는 같은 식당에서 식사를 하거나 같은 바에서 한잔하는 것처럼 단순히 공간을 함께 이용하거나, '어울리거나', '함께 지내거나' 하기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