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장발장 (4)
모험러의 책방
「이튿날 새벽녘에도 장 발장은 코제트의 침대 곁에서 조용히 움직이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가, 아이가 눈뜨는 것을 지켜보았다. 뭔가 새로운 것이 그의 영혼 속으로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장 발장은 여태껏 아무도 사랑한 적이 없었다. 25년 전부터 그는 이 세상에서 오로지 혼자였기에 아버지도, 애인도, 남편이나 친구였던 적도 없었다. 감옥에서는 험악하고, 음울했으며, 순결하고 무지했고, 남과 어울리기 어려운 사나이였을 뿐이었다. … 그랬던 그가 코제트를 보았을 때, 코제트를 손에 넣고 구출해 냈을 때, 자기의 심장이 힘차게 뛰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그에게 숨어 있던 정열과 애정이 모두 눈을 떠 이 아이에게로 날아갔다. 그는 코제트가 잠들어 있는 침대 곁으로 가서 기쁨으로 몸을 떨었다. 그는 마치 어머니와 ..
「법정 안에는 더 이상 판사도 검사도 헌병도 없었다. 다만 물끄러미 바라보는 눈과 감동에 떠는 마음만 있을 뿐이었다. 자기의 직무를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검사는 자신이 구형하기 위해 거기 있다는 것을 잊었다. 재판장은 재판을 주재하기 위해 거기 있다는 것을 잊었다. 변호사는 변호하기 위해 거기 있다는 것을 잊어버렸다. 신기한 것은 아무 질문도 없고, 아무 권력도 개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숭고한 광경은, 모든 사람의 영혼을 사로잡고 모든 목격자를 방관자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그 본질이다. 아마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말로 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들 모두 감탄을 마음속 깊이 느끼고 있었다. … 그가 그의 발걸음을 문 쪽으로 향했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를 잡기 위해..
"장 발장은 엎드려 울었다. 그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또 흘렸다. 어떤 여자보다도 연약하고, 어떤 아이보다도 무서워하면서. 끝없이 울면서 그의 머리는 차차 맑아졌다. 신비로움과 깨끗함, 그리고 충격적인 밝음이었다. 그의 과거와 처음 저지른 도둑질, 후회, 짐승처럼 변한 그의 모습, 차갑게 굳어간 내면, 복수를 기다린 시간, 주교의 집에서 있었던 일, 그리고 그가 저지른 일들, 소년의 40수를 빼앗은 일, 주교의 용서 뒤에 있었던 사악한 일이 한꺼번에 머릿속에 되살아났다. 그는 자신의 모든 과거를 떠올렸다. 그것은 무척 피폐했다. 그는 자신의 영혼을 바라보았다. 너무나 무서웠다. 그러나 신비롭고 밝은 기운이 그에게 내리쬐고 있었다. 마치 천국의 빛줄기를 쪼이는 사탄처럼. 얼마나 울었던가? 그 후로 그는 ..
"사회는 그에게 얼마나 무자비했는가. 사회가 정의의 탈을 뒤집어쓰고 약자들에게 가하는 무서운 횡포, 장 발장은 그런 것들에 무방비로 당해 왔다. 누군가 그에게 다가왔다면 그것은 그를 해하기 위함이었다. 모든 이와의 만남에서 그는 상처를 받았다. 어릴 적 어머니 품에서조차 누이의 손에서 자랄 때조차 그는 따뜻하고 다정한 눈길 한번 받아 보지 못했다. 끝없는 괴로움 속에서 그는 나름의 깨달음을 얻었다. 인생은 싸움의 연속이며, 자신은 패배자였던 것이다. 그는 끓어오르는 적개심 외에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다. 그는 적개심이라는 무기를 감옥에서 날카롭게 갈아 사회에 나갈 때 갖고 가리라 다짐했다." - 빅토르 위고, 레미제라블, 더클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