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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러의 책방
「자공은 일찍이 공자에게서 일관(一貫)이라는 원리에 대해 가르침을 들었지만 아직 그 구체적인 방법은 알지 못했다. 그래서 "한 마디 말로써 평생토록 행할 만한 것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던 것이다. 그리고 공자는 그 물음에 대하여 '그것은 아마도 서(恕)일 것이다'라고 대답하였다. 대체로 다른 사람의 나쁜 점은 보기 쉽지만 다른 사람의 고민은 잘 보지 못하는 법이다. 자신을 다스리는 데에는 관대하지만 남을 대할 적에는 언제나 가혹하기 마련이다. 이것은 사람이면 누구나 지니는 결점이다. 그러므로 언제나 서(恕)로써 마음에 두면 다른 사람을 심하게 책망하지 않고서 능히 그 잘못을 용서하고 그 어려운 사정을 도와주게 되는 것이다. 그 효용은 말로 이루 다 할 수 없을 정도인 것이다. 그러므로 '평생토록 행할 만..
어마무시하게 복잡해 보이는 이론도 살피고 또 살피다보면, 무한히 단순한 어떤 직관 하나를 계속 이렇게도 말하고 저렇게도 말하고 있는 것. 「철학자가 제시한 문제를 보면 우리는 그의 주변에서 토론된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아차린다. 그가 이러한 문제에 대해 내놓는 해답에서 우리는, 과거 혹은 현대에 나온 철학의 여러 요소들이 가지런하게 또는 헝클어져, 그리고 약간 모습이 바뀌어 있는 것을 본다. 어떤 견해는 그가 현대에서 얻었고 또다른 것은 과거의 것에서 암시를 받았을 것이다. 우리는 물론 그가 읽고 배운 것을 가지고 그가 빚어낸 철학을 대부분 다시 구성할 수 있다. 작업을 시작하여 원천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여러 가지 영향을 저울질해보며 흡사한 점을 가려낸 나머지, 마침내는 그의 학설에서 우리가 찾던 것을 직..
하나로 꿸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 「동자가 물었다. "보통은 말하기를 박학과 다학은 같다고들 합니다만 지금 상반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어째서입니까?" 대답하였다. "한 가지에서 만 가지로 나아가는 것을 박학이라 하고 만 가지에다 만 가지를 더하는 것을 다학이라 하는 것이다. 박학은 뿌리 있는 나무와 같아서 뿌리에서 줄기로, 가지로, 잎으로, 꽃과 열매로 뻗어가지. 번성하고 빽빽하게 자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무성하지만 한 기운(一氣)이 흘러 닿지 않는 곳이 없으니 자랄수록 멈출 수 없지. 다학은 오색 비단으로 만든 꽃과 같은 것이지. 나뭇가지와 이파리, 꽃과 열매가 하나하나 잘 배치되어 찬란하고 화려해서 볼만하고 사랑스럽지만 건조하고 메말라 키워 기를 수 없고 유한해 늘릴 수 없다. 이 둘은 삶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