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라는 축복의 양면성
「『오디세이』의 일화를 묵시록적 관점에서 해석한 리온 포이히트방거(Lion Feuchtwanger)는, 키르케의 마법에 걸려 돼지로 변해버린 선원들이 그 처지에 만족하여 오디세우스가 마법을 깨고 자신들을 다시 인간으로 되돌리려 하자 이에 필사적으로 저항한다고 지적했다. 돼지로 변한 선원들은 오디세우스가 마법을 깨고 인간으로 돌아갈 약초를 발견했다는 말을 듣자마자 자신들을 구원하려는 열망에 찬 오디세우스가 도저히 따라잡지 못할 속도로 재빠르게 돼지우리로 도망을 간다. 오디세우스는 결국 돼지 무리 중 한 마리를 사로잡는 데 성공하는데, 기적의 약초로 한번 쓱 문지르니 억센 짐승가죽으로부터 엘페노르가 빠져나왔다. 포이히트방거가 주장하듯이, 그는 힘이 장사도 아니고 딱히 영리하지도 않은 '다른 이들과 똑같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