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은 결코 과학이 아니다
「1971년 출간된 폴 벤느는 자신의 책, 『역사를 어떻게 쓰는가』의 머리말에서 역사학은 결코 과학이 아니라고 선언한다. 이는 사실상 학문은 객관적 지식의 체계여야 한다는 근대적 규범에 대한 도전이었다. 앞서 소개했던 진즈부르그의 『치즈와 구더기』나 로버트 단턴의 『고양이 대학살』과 같은 미시사적 연구들은 사실 근대적 관점에서는 학술적 주제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소한' 것들이었다. 말하자면 전통적인 의미에서 이론적이고 개념적인 논의들을 담아낼 거대 담론이 없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그런 작업들에 열광했다. 그들의 열광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었다. 그런 미시사적 연구들은 거대 담론에서는 등장할 순서가 오지 않았던 과거 시대의 실제적 삶에 대한 보고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