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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러의 책방
헤겔 등은 동양철학을 속된 말로 개무시하지만, 조선의 천재 율곡 이이는 화이트헤드가 주장하는 이른바 '과정 철학', '유기체 철학'의 아이디어를 1500년대에 이미 선취하고 있었다. 불가나 도가는 뭐 말할 것도 없고. 「신유학의 이(理) 개념은 과정 철학의 '영원 대상'(eternal object)에, 기(氣) 개념은 '사실 존재'(actual entity)에 비교될 수 있다. 주자와 퇴계는 이(理)에 작위성이 있다고 본데 대하여, 율곡은 없다고 보았다. 퇴계의 이기호발론과 율곡의 기발이승론은 이런 점에서 서로 대립된다고 할 수 있다. 퇴계는 이(理)와 기(氣)에 효능인이 있다고 본 데 대하여 율곡은 그것이 기(氣)에만 있지 이(理)에는 없다고 본다. 플라톤의 경우는 이데아만이 작위성과 효능인이 있지 사..
내게 순자가 맹자보다 덜 매력적인 이유는, 칸트가 헤겔보다 덜 매력적인 이유와 비슷하다. 순자와 칸트는 신비주의를 이론에서 배제하여 합리적 철학은 얻었을지 몰라도 그로 인해 영원의 철학(영성, 하느님, 신, 天, Sprit, 뭐라 부르든)을 잃어버렸다. 도올을 포함해 순자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사서에 맹자가 아니라 순자가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아쉬워한다. 그러나 나는 순자가 아닌 맹자를 택한 주자의 안목은 과연 탁월했으며, 또한 그것이 신유학이 도달한 경지가 높았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사서에 맹자가 아닌 순자가 들어갔으면 중국도 서양 못지않은 과학 문명을 발달시켰을지도 모른다는 어떤 순자 번역가의 주장은 순자가 들어도 코웃음 칠 속류 관념론이다. 사서에 패도가 아닌 왕도를 주장하는 맹자가 들어갔다고 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