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이성'이라는 폭력
"이따금씩 스위프트는 무정부주의적 모습을 보이며 『걸리버 여행기』 제4부에서는 일반적인 의미의 법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자발적으로 받아들이는 '이성'의 명령에 지배되는 무정부주의 사회가 그려져 있다. 휴이넘의 총회는 걸리버의 주인에게 걸리버를 추방시키라고 '권고'하며 이웃들도 그에게 권고를 따르도록 압력을 넣는다. ... 걸리버의 주인은 얼마간 마지못해 이를 따르는데 '권고'를 결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무정부주의 사회나 평화주의 사회 모습에 암묵적으로 들어 있는 전체주의적 성향을 아주 잘 보여준다. 법이 존재하지 않고 이론상으로 어떠한 강요도 없는 사회에서 유일하게 행동을 결정짓는 것은 여론이다. 하지만 집단생활을 하는 동물은 순응하려는 충동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여론이 법 제도보다 관용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