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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러의 책방
'신은 옳다.'고 말하던 중세의 성직자와 '가격은 옳다.'고 말하는 현대의 경제학자는 기묘하게 닮았다. 성직자가 중세의 신분체계를 수호했다면, 경제학자는 현대의 계급체계를 수호한다. 신은 옳다, 그러니 너의 천한 신분은 신의 의지에 따른 네 운명이다. 가격은 옳다, 그러니 너의 비참한 처지는 시장의 의지에 따른 합리적 결과다. 「물리학자 도인 파머(J. Doyne Farmer)와 경제학자 존 지나코플로스(John Geanakoplos)는 이렇게 지적했다. "경제이론은 시장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이 거의 없다고 말한다. 자산의 가격은 그 기본적인 가치의 최선의 척도이자, 미래 가격에 대한 최선의 예측기다." 예를 들어보자. 1996년 3월, 그리고 2002년 10월, 나스닥 지수는 1,140이었다. 이 두 ..
"경제학자들은 상당히 부정확한 자신의 생각을 적분식과 미분식의 언어로 위장하는 버릇이 있다. 그들이 아무리 정확한 공식을 이용했다고 둘러대도, 그것은 모두 기만이고 시간 낭비일 뿐이다."* - 노버트 위너(Norbert Wiener) "경제학술지의 페이지는 온통 수학 공식으로 가득 차 있다. 이것은 독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할 뿐 아니라 한편으로는 완전히 자의적인 추측을 너무 확실하게 표현하며 의미 없는 이론적 결과를 도출해낸다. 실질적 경제 시스템의 구조와 행태에 대해서는 그 어떤 체계적인 이해도 제공하지 못하면서 말이다."* - 바실리 레온티예브(Wassili Leontjew) "경제학도 세속적인 종교에 속하며 그 과학적 공리들은 자명하다고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신앙의 범주 안에 있다."* - 로버트 넬슨..
주류 경제학의 세계는 판타지의 세계다. 이 세계는 참으로 아름답고 조화로우며 영원불멸하다. 이 세계의 원리는 십계명처럼 그저 믿고 따라야 하는 암송의 대상이다(이를테면, 맨큐의 경제학을 보라). 의문은 신성모독이다. 중세시대 정신 질서의 수호자가 성직자였다면, 현대사회 정신 질서의 수호자는 경제학자다. 경제학자는 세속의 성직자요, 주술사인 것이다. 그들의 주님은 누구인가? 물론, 자본(돈)이다. 「오늘날 경제학계를 주도하는 학자들은 자신이 올바른 경제적 사고를 판정하는 정치국(소련공산당을 비유)임을 자임한다. 폐쇄적이고 엘리트주의적인 집단이 으레 그렇듯, 이들은 중요한 정책 사안에서 매번 잘못된 선택을 했다. 최근에만 그런 것이 아니라 수십 년 전부터 그랬다. 이들이 예언하는 재앙은 결코 일어나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