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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러의 책방
「학계와 지식인은 계층화되어 있으며 피라미드 구조를 이룬다. 학계에서 각 분야의 '스타'는 극소수이며, 내부 핵심 멤버들은 해당 분과의 1~2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각 학문 분야에서 1~2퍼센트의 핵심적인 멤버들은 대략 그 분야 전체 논문의 25퍼센트를 생산한다. 내부 핵심 멤버는 아니지만 학문 활동의 중추 역할을 하는 외부 핵심 멤버는 해당 분과의 전체 인구의 약 20퍼센트에 해당한다. 나머지 75~80퍼센트의 연구자들은 짧은 시기만 활동하다가 분야를 옮기거나 연구를 포기한다. 이런 피라미드적 계층이 발생하는 것은 학계 관심의 공간이 제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의 관심은 모든 연구와 주장에 동등하게 배분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새롭고 혁신적이며 중요한 몇 가지 연구에 집중된다. 예들 들어..
아래는 김경만이 UC 버클리의 사회학자 로익 바캉 교수와 나눈 서신 논쟁의 일부. 「To. 로익 바캉 부르디외의 장이론은 우리 사회과학자들도 인식론적으로 등가인 수많은 문화생산 게임 중 하나를 하고 있을 뿐임을 논리적으로 암시한다고 주장한다면 너무 지나칠까요? 물론, 당신은 우리 사회과학자들은 "옳은" 이론과 경험적 사실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얘기하겠지요. 바로 이 지점이 우리가 서로 의견을 달리하는 지점입니다. 나는 요즘 장 분석을 활용해서 한창 경제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비록 경제학은 과학장의 요건들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부르디외가 이상적으로 상정한 자연과학 모형에 가장 가깝지만, 경험적 타당성의 측면에서 평가할 때 완벽한 실패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경만. 2008.09.01」* 15/07/27 ..
연구자가 학문을 통해 세상을 바꿔보려는 '강박관념'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김경만 자신이 학문세계에서 더 나은 상징자본을 획득하기 위한 투쟁과 상징폭력을 피할 수 없었듯이, 연구자의 이론은 세상을 특정 방향으로 바꾸고 싶어하는 서로 격렬히 충돌하는 힘들 사이의 투쟁에서 어떠한 경우든 자유로울 수 없다. 김경만의 말대로 완벽한 해방의 상태는 그려낼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세상을 더 낫게 설명하는 새로운 스토리를 끊임없이 모색해야 한다. 우리는 그 중 어느 스토리가 앞으로 선택되고 펼쳐지고 변형될지 예측할 수 없다. 진화에서 어떤 변이가 종의 생존과 번영에 유리할지 미리 예측할 수 없는 것처럼. 그러나 새로움에의 시도는 멈출 수 없으며, 멈춰지지도 않을 것이다. 「『담론과 해방』은 행위자들이 구..
「한국에서 학문을 한다면 역설적이게도 진정성 있는 학문적 자세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한다. 왜? 서구이론을 비판하고 넘어서려는 노력을 해본들 현학적입네, 추상적입네 하는 핀잔을 듣기 일쑤이고, '현실 적합성 부재'나 '실천할 수 없는 현학'이라는 난도질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구이론을 비판하고 넘어서려는 끈질긴 노력은 결국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일 수밖에 없다. 바로 이것이 부르디외가 '글로벌 상징공간에서의 투쟁'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다. 읽고 또 읽고,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하고, 행간의 심연을 응시하고, 궁극적으로 '비판적 이해'에 도달하는 과정, 이 모들 것들이 시간과 투자를 요하는 작업이다. 이런 진입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는 글로벌 상징공간의 구성원으로 인정받기 어렵고 그들과 게임을 할 수도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