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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러의 책방
「만약 여러분이 '실제 세계'의 진실을 찾고자 한다면, 카프카, 무질, 보르헤스, 페렉, 쿤데라, 우엘벡 등에게서 힌트를 얻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 겁니다. 실험관 속에서 배양되고 길러진 소인들(homunculi)의 불확실한 가정들로 가득 찬 '지식'은 별 도움이 안 될 겁니다. 그리고 만일 여러분이 독자들과 함께 호흡하고자 한다면, 자신만의 메시지를 갖고 말을 건네야 합니다. 독자들이란 '세계-내-존재'로서 자신만의 삶의 진리를 찾고자 애쓰며, 세상으로부터 숨겨진 혹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거나 간과했거나 무시하고 지나쳤던 통찰들을 배우고자 하는 이들이지요.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경험을 표현할 수 있는 적확한 언어를 찾는 것이며, 그 경험과 관련이 있거나 유사한 주제들에 천착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소..
「마르크스, 뒤르켐, 베버, 그리고 파슨스 등으로 대표되는 정통 사회과학 전통에서 일상행위자들은 자기 자신들이 처한 역사적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없고, 따라서 자신들의 잘못된 인식을 교정하기 위해서는 사회세계의 작동방식에 대해서 그들보다도 훨씬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이론사회과학자들의 도움을 필요로 할 수 밖에 없다고 가정되었다. 따라서 이들은 자연히 이론가들이 가지고 있는 우월한 인식능력이 사회과학의 존재이유라고 생각했다. 즉, 이들은 만일 사회과학자들이 이러한 우월한 인식능력을 잃어버린다면, 사회과학적 지식은 단순한 상식 수준으로 전락해버리고 말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이러한 사회과학 전통에 따르면, 오직 이론가들만이 '전체'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결여한 일상행위자들은 꿰뚫어볼 수 없는..
아래는 김경만이 UC 버클리의 사회학자 로익 바캉 교수와 나눈 서신 논쟁의 일부. 「To. 로익 바캉 부르디외의 장이론은 우리 사회과학자들도 인식론적으로 등가인 수많은 문화생산 게임 중 하나를 하고 있을 뿐임을 논리적으로 암시한다고 주장한다면 너무 지나칠까요? 물론, 당신은 우리 사회과학자들은 "옳은" 이론과 경험적 사실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얘기하겠지요. 바로 이 지점이 우리가 서로 의견을 달리하는 지점입니다. 나는 요즘 장 분석을 활용해서 한창 경제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비록 경제학은 과학장의 요건들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부르디외가 이상적으로 상정한 자연과학 모형에 가장 가깝지만, 경험적 타당성의 측면에서 평가할 때 완벽한 실패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경만. 2008.09.01」* 15/07/27 ..
연구자가 학문을 통해 세상을 바꿔보려는 '강박관념'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김경만 자신이 학문세계에서 더 나은 상징자본을 획득하기 위한 투쟁과 상징폭력을 피할 수 없었듯이, 연구자의 이론은 세상을 특정 방향으로 바꾸고 싶어하는 서로 격렬히 충돌하는 힘들 사이의 투쟁에서 어떠한 경우든 자유로울 수 없다. 김경만의 말대로 완벽한 해방의 상태는 그려낼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세상을 더 낫게 설명하는 새로운 스토리를 끊임없이 모색해야 한다. 우리는 그 중 어느 스토리가 앞으로 선택되고 펼쳐지고 변형될지 예측할 수 없다. 진화에서 어떤 변이가 종의 생존과 번영에 유리할지 미리 예측할 수 없는 것처럼. 그러나 새로움에의 시도는 멈출 수 없으며, 멈춰지지도 않을 것이다. 「『담론과 해방』은 행위자들이 구..
「한국에서 학문을 한다면 역설적이게도 진정성 있는 학문적 자세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한다. 왜? 서구이론을 비판하고 넘어서려는 노력을 해본들 현학적입네, 추상적입네 하는 핀잔을 듣기 일쑤이고, '현실 적합성 부재'나 '실천할 수 없는 현학'이라는 난도질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구이론을 비판하고 넘어서려는 끈질긴 노력은 결국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일 수밖에 없다. 바로 이것이 부르디외가 '글로벌 상징공간에서의 투쟁'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다. 읽고 또 읽고,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하고, 행간의 심연을 응시하고, 궁극적으로 '비판적 이해'에 도달하는 과정, 이 모들 것들이 시간과 투자를 요하는 작업이다. 이런 진입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는 글로벌 상징공간의 구성원으로 인정받기 어렵고 그들과 게임을 할 수도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