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김훈의 를 읽고 있다. 글 한 꼭지를 읽으면 책을 덮을 수밖에 없다. 우선 아까워서이다. 맛있는 케익 한 조각을 아껴 먹을 때처럼. 또 시간이 필요해서이다. 건조한 산문이 전하는 이 깊은 울림을 소화하는데. 화재 현장에서 16명의 생명을 구하고는 한 사람을 더 구하려다 숨진 서형진 소방사가 화재가 진압된 후 동료들의 들것에 실려 지휘관 앞으로 운구되는 장면에서 김훈은 그 시신을 바라보는 지휘관의 심정을 묘사하는 낱말을 단 하나도 쓰지 않는다. 김훈은 그저 지휘관이 현장에서 남긴 마지막 명령을 전할 뿐이다. "장비를 벗겨주어라"* 망자는 그렇게 한평생의 멍에를 벗었다고, 김훈은 적었다. 12/12/09 * 김훈, "한 소방관의 죽음"의 일부, 에서 봄. ("한 소방관의 죽음" 전문 보기) 지난 5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