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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범죄심리를 연구해온 강덕지 국과수 범죄심리과장은 어떤 환경이 범죄에 영향을 미치냐는 기자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과 이후의 사회를 비교해보세요. 이전에는 우리 사회에 ‘정’이란 게 있었어요. 어려우면 돌봐주는 인간적·유기적 관계가 있었지요.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철저한 ‘승자독식’의 생존경쟁이 치열해져 나 아니면 자신을 구제할 사람이 없어졌잖아요. 외환위기 때 자살자와 노숙자, 이혼자가 속출했지요. 공생·공동체 문화가 살아있다면 어려움에 내몰릴 때 기댈 곳이라도 있을 텐데 이제는 그게 사라졌단 말이죠. 지금은 1등 아니면 전부 꼴찌 취급을 받아요. ‘패자부활전’이란 것도 없어졌고. 얼마나 억울하겠어. 이런 사회 분위기에서 궁지에 몰린 사람들이 어디 가겠어요? 사회가 황폐해지고 패자가 늘면 범죄를 일으키는 사람이 늘 수밖에요.”

늘 범죄를 다뤄온 그에게 직업병은 없을까?

"직업병은 없는데, 이 일을 시작하고 2년 정도는 말도 못하게 머리가 아팠어요. 살인범은 사람을 죽인 사람인데, 그 사람이랑 얘기하면서 깊이 파고들어가 보면 엄청난 가정폭력이나 평생 혼자 비밀로 간직할 법한 충격적 사연을 무수히 품고 있는 거예요.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게 나를 너무 아프게 한 거지. 밤에 잠도 안 오고 ‘정말 이럴 수가 있나’ 싶을 만큼 감당이 안 됐어요."

강덕지 과장이 인터뷰를 마치며 기자에게 "이 말은 꼭 써달라"고 당부한 일화에서 범죄자는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선생님, 국회의원도 만납니까?"

12/05/02

* 신동아, 12년 1월호, “범죄자는 우리 주위에 있다. 처벌보다 중요한 건 사전에 막아내는 일”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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