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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어라 본문

명문장, 명구절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어라

모험러
왕양명은 인간의 희노애락, 오욕칠정과 생각(판단)과 감각을 모두 긍정한다. 다만 말한다. '오직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어라. 공(空)에 빠져 꺼진 재처럼 되어 지성을 잃지 말라.' 아, 번개처럼 정신을 번쩍 들게하는 지혜의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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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천이 물었다. "근년에 저는 넓기는 하지만 대충 훑어보는 학문에 싫증이 났기 때문에 매번 고요히 앉아 생각과 사려를 물리쳐 그치게 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더욱 혼란스러움을 느낍니다. 무엇 때문입니까?"

선생께서 대답하셨다. "생각을 어떻게 그치게 할 수 있겠는가? 다만 생각을 바르게 해야한다."

― (구천이) 또 물었다. "공부하여 마음을 수렴하고 있을 때 어떤 소리나 색깔이 앞에 나타나면 평소와 마찬가지로 보고 듣게 되는데, 마음이 전일하지 않은 것인지 염려됩니다."

선생께서 말씀하셨다. "어떻게 보거나 듣지 않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그것은 마른 나무나 꺼진 재가 아니라면, 귀가 먹고 눈이 멀어야 가능하다. 다만 비록 보거나 듣더라도 그것으로 흘러가 버리지 않기만 하면 된다."

― 구천이 건주를 떠나려고 했을 때, 다음과 같은 시를 지어 선생께 이별을 고했다. "양지가 어찌 많이 듣는 것과 관계 있으리! (음양이) 묘하게 합할 당시에 이미 뿌리 내렸어라. 좋아하고 싫어함이 양지를 따르는 것이 성인의 학문이며, 보내고 맞이함이 거처가 없는 것이 하늘의 근본이로다."

― 문인이 글을 지어 길을 떠나는 친구를 전송한 뒤에 선생께 물었다. "글을 짓는 데 마음을 쓰지 않을 수 없고, 지은 뒤에는 또 하루이틀 늘 마음 속에서 기억하고 있습니다."

선생께서 말씀하셨다. "글을 짓는 데 심사숙고하는 것도 역시 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글을 지은 뒤에 늘 마음 속에서 기억하는 것은 문자에 얽매여 마음 가운데 어떤 것이 있는 것이다. 이것은 옳지 않다."

― 『대학』의 '화내는 것이 있다'는 조목에 대해 물었다. 

선생께서 말씀하셨다. "화내는 등의 몇 가지 일이 사람의 마음에 어떻게 없을 수 있겠는가? 다만 지니고 있어서는 안될 뿐이다."

― 물었다. "양지는 해에 비유되고, 인욕은 구름에 비유됩니다. 구름이 비록 해를 가릴 수 있을지라도 역시 하늘의 기운 가운데 본래 있는 것처럼, 인욕도 사람의 마음에 본래 있는 것이 아닙니까?"

선생께서 말씀하셨다. "기뻐하고 성내고 슬퍼하고 두려워하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욕구하는 것을 칠정이라고 한다. 이 일곱 가지는 모두 사람의 마음에 본래 있는 것이다. ... 칠정이 그 자연의 운행을 따르는 것은 모두 양지의 작용이며, 선과 악으로 구별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집착하는 것이 있으면 안된다. 칠정에 집착이 있으면 모두 인욕이라고 하며, 모두 양지를 가리게 된다."

― 물었다. "명성과 여색, 재물과 이익에도 양지가 역시 없을 수 없는 듯합니다."

선생께서 대답하셨다. "참으로 그러하다. 그러나 처음 배우는 사람의 공부는 그런 생각들을 쓸어버리고 말끔하게 씻어서 남겨 두지 않아야만 우연히 명성, 여색, 재물, 이익을 만나더라도 비로소 누가 되지 않고 자연히 순리대로 응할 수 있다."* 

13/09/03

* 정인재·한정길 옮김, 왕양명 지음, <전습록: 실천적 삶을 위한 지침>에서 발췌,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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