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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헤드의 삶

모험러
「그[화이트헤드]의 능력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모든 일에 온건했기 때문이다. 그는 아주 절제된 사람이었다. 소식을 했고 포도주는 조금 더 마실 때도 있었지만 담배는 피우지 않았다. 한 번도 자극적인 기호품 같은 것을 요구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혈색 좋고 맑은 눈, 부드러운 피부의 팔순 노인에게서는 남자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탐닉에 빠져드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고, 그 모습은 갈수록 감동을 주었다. 

또 하나 더 큰 인상을 받은 것은 그의 생활 모습인데, 네 개의 방으로 된 아파트는 다른 어떤 부유한 사람들보다도 더 자유롭고 더 넓은 영혼과 지성을 소유한 자의 모습이 풍성하게 숨쉬고 있었다. 

사람들은 노인을 공경하는 마음에서 노인의 기묘한 버릇이나 변덕 같은 것에 익숙해진다. 그러나 그를 대할 때에는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는 온화하고, 아량이 넓고, 개념의 폭이 컸으며 일상의 사소한 일들 조차도 그 참된 모습에서 인식하려고 했다. 동시에 반드시 옹호해야 할 문제라면 추상적 원리들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그 싸움을 아래로 굽어본 것이 아니었고 이미 초월해 있었다. 이것이 그의 특이한 자질이 되었다. 그는 대다수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문제들에 직면하여 이를 해결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거기에 두려움을 모르는 한 인간이 있었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인류 공통의 적인 질병, 빈곤, 노화, 불운, 죽음 같은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인간 운명의 불가해성이나 광대무변한 우주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 두려운 대공간 속에서 그는 (마치 자기 집에 있는 것처럼) 편안한 마음과 몸가짐을 하고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철학자라는 듯이, 그는 적을 벗으로 삼고, 무한을 자기의 영혼 속에 담아두었다. 

사람들은 그에게서 승리가 습관이 되고 있음을 느꼈다. 그 자신은 이미 오래전에 잊었는데도 그러한 승리는 그의 곁에서 눈에 보이지 않게 작용하며, 계속 싸워 나가, 그가 머무는 능선마다 전차나 기마병이 가득차 있었다.」*

14/12/07

* 화이트헤드·프라이스, <화이트헤드와의 대화>에서 발췌,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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