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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되면 사과는 저절로 떨어진다 본문

명문장, 명구절

때가 되면 사과는 저절로 떨어진다

모험러
「형이상학자: (슬프게) 그러면 당신은 정말로 인류의 모든 형이상학적 사색이 완전히 쓸모가 없다는 말인가?

신비주의자: 천만에! 사람들이 스스로 직접적인 내성적인 방법의 필요성을 알기 전에는 별로 쓸모가 없는 객관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돌담에 자신의 머리를 박는 일이 때로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형이상학은 본질적으로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류 전체를 위한 거대한 일종의 선문답과 같은 공안이며, 그것의 목적은 형이상학적 방법을 조금 더 밀고 나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데 있다. 달리 말해서, 형이상학은 인류가 신비주의에 대해 준비하는 데 있어 필요한 원숙한 과정이다. 따라서 형이상학적 질문이 아무런 목적도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나름대로 아주 중요한 목적에 기여한다.

(중략)

반대자: (신비주의자에게) 어떻게 우리를 회의적이라고 비난할 수 있는가? 왜 우리가 신비적 주장의 타당함을 인정해야 하는가?

신비주의자: 이유는 전혀 없다! 당신이 주장하는 그 회의주의는 당신이 스스로 직접적으로 이런 것들을 깨달을 수 있는 지점까지 이르도록 당신을 성숙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반대자: 이것 보시오! 정말로 내가 이 모든 것을 수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신비주의자: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다행일 수도, 불행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진리가 완전히 거부되리라는 것을 알 때에도 내가 진리라고 하는 것을 말하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낀다. 하지만 나는 때로는 진리를 강하게 거부하는 것이 진리를 궁극적으로 실현시키기 위한 절대적 전제임을 이제 충분히 깨닫고 있다.

회의적인 논증이 결코 나에게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오래 전 나 역시 당신이 지금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로 느꼈으므로 ― 어쩌면 더 강렬했을지도 모른다 ― 나는 정확히 당신이 어떻게 느끼는지를 이해한다. 나는 이십 여 년간 누구보다도 열심히 철학을 연구해 오면서 소위 '주관적'인 방법에 반대하는 순전히 객관적인 연구 방법을 옹호하는 논문들을 열정적으로 써 왔다. 그리고 이렇게 객관성을 강하게 몰두한 결과 나는 보다 더 주관적인 접근 방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때닫게 되는 성숙한 경지에 이르렀다. 여기서 주관성이 가치 있다는 결론에 내가 객관적으로 도달했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변화는 내가 나무의 성장을 더 이상 설명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에게 다가왔다. 내 말을 당신이 이해하기를 바란다. 어떤 사람이 순전히 객관적인 접근 방식에서 출발했지만, 그런 다음에 주관적인 접근 방식이 더 낫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나의 경우는 그렇지 못했다. 나는 과학자 그리고 철학자로서 인생을 시작했으며 주관성을 전적으로 불신했다. 그런데 어느 날 나는 객관적이 아니라 순전히 주관적으로 ― 오히려 직관과 같은 직접적인 통찰에 의해서 ― 주관성의 가치를 깨닫게 되었다.

반대자: 이런 것은 다 좋다. 당신이 사실 이 모든 것을 믿고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내가 묻고 있는 것은 단지 왜 나도 그래야만 하는가 하는 점이다.

신비주의자: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좌우지간 당신이 그래야만 하는 절대적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궁극적으로, 그것은 당신이 해야 하는가, 하지 말아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당신이 행하는가, 행하지 않는가 하는 문제다. 

모든 인류가 신비주의의 길을 출발하도록 준비되기를 희망할 정도로 나를 그렇게 비현실적인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언젠가는 그렇게 되겠지만 시간이 무르익기 전까지는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나는 절대적으로 의심하지 않는다. 당신에게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독선적인 '신비주의자'의 말은 절대 믿지 말라. 그가 실제로 납득시키고자 하는 사람은 당신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어떤 사람에게 신비주의자의 길을 따라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익지 않은 사과에게 이제는 나무에서 떨어져야 할 시간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리석다. 사과가 다 익었을 때는 떨어져야 한다고 말할 필요가 없다. 때가 되면 사과는 저절로 떨어질 것이다.」*

14/10/19

모험러의 책방

서평, 리뷰, 책 발췌, 낭독, 잡문 등을 남기는 온라인 책방. 유튜브 채널 '모험러의 책방'과 ′모험러의 어드벤처′(게임)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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