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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한계를 긋지 말며 돈독히 자신을 믿고 배우기를 좋아하라 본문

명문장, 명구절

스스로 한계를 긋지 말며 돈독히 자신을 믿고 배우기를 좋아하라

모험러

염구가 말했다.

"선생님의 도(道)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힘이 부족합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힘이 부족한 자는 중도에서 포기하는데 지금 너는 스스로 한계를 긋고 있다."(옹야/12)


「즉, 그는 모든 인간의 미흡한 상태를 소여(所與: 주어진 바)가 아니라 하나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과연 모든 인간의 불완전한 상태가 어쩔 수 없는 운명에 의해 주어진 것인가, 스스로에 의한 그때 그때의 선택인가 하는 것은 객관적 해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현재 상태를 위대한 지향에 의해 조성된 의미망 속에서 재인식할 때 그것이 선택으로 인식된다는 사실이다. 아무런 지향이 없는 자에게 있어서 삶은 지루한 일련의 소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지향은 소여를 자기 책임속으로 끌어들이고, 결국 그 모든 것을 완전한 스스로의 선택으로 인식한다. 이 특별한 인식은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남을 탓하지 않았다"는 공자 자신의 말 속에 집약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러한 인식은 곧바로 자신의 향상 가능성에 대한 인식에 맞닿아 있다. 모든 것을 자신의 선택으로 인식하면 스스로가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부인하는 인식은 설 자리가 없다. 바꾸어 말해서 스스로가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부인하는 인식은 바로 자신의 상태를 아직 자신의 선택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인식, 즉 아직도 소여에 얽매여 있는 인식이다.


따라서 공자가 "나는 힘이 부족한 사람은 보지 못하였다"고 말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언술은 그의 가르침과 특별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서 교육에 대한 그의 결코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이 비롯된다. 모든 사람의 상태가 각자 자신의 선택에 의한 것이고, 더 나은 상태에 관한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고, 그 가능성을 향한 역량이 누구에게나 갖추어져 있다는 확신만 가진다면 어느 누군들 "그것을 하라"고 말하지 않겠는가!


호학(好學)에 대한 끊임없는 강조는 바로 이러한 인식, 공자로서는 너무나도 명백한 인식에서 비롯되고 있다. 논어에 있어서 호학에 대한 권고는 여러 모습으로 부단히 반복되고 있어서 오히려 읽는 자들에게 무감각하게 다가올 정도다. 배움은 그 나름의 기쁨과 녹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아직 배움의 성취감을 느껴 보지 못한 젊은이들에게 그 세계가 지닌 고유한 풍요로움을 소개하는 전형적 방법이었다. 논어 첫머리의 "배워서 때에 따라 익히니 또한 기쁘지 않으냐?" 하는 구절도 그 대표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기 향상에 대한 일반인들의 막연한 절망은 단순한 호학의 강조만으로는 쉽사리 타개하기 어려운 벽이었다. 공자는 여기에서 배움의 길, 도(道)에 대한 믿음의 중요성을 더불어 강조했다. 그 대표적 단편이 위정/22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이 믿음이 없으면 그를 어찌할 수 없게 된다. 큰 수레에 수레채잡이가 없고, 작은 수레에 끌채잡이가 없다면 무엇으로 그 수레를 나아가게 할 수 있겠느냐?"


여기에서 수레는 배움의 길에 들어선 사람에 대한 비유이다. 이제 이 수레를 앞으로 끌고 가려면 스승은 소나 말의 기능을 하면서 이 수레를 끌어가야 할 것이다. 이 견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소나 말에 연결시켜서 끌 수레채잡이라는 연결 부분이 된다. 횡목으로 된 이 장치가 없다면 소나 말이 설혹 끌고 싶어도 끌 방법이 없을 것이다. 그처럼 한 사람을 가르치고 향상시켜 나가는 데에 있어서도 이 수레채잡이처럼 연결 부분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인도자에 의해 제시된 길(道)에의 믿음이다. 실로 끌려갈 존재가 자신이 끌려갈 방향과 길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어떠한 인도자도 그를 움직일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믿음이 없으면 그는 미래에 대한 어떠한 전망도 갖지 못한다. 이러한 입장은 독신호학(篤信好學), 즉 "돈독히 믿고 배우기를 좋아하라"는 공자의 간곡한 권고에도 역시 절실하게 나타나 있다.」*


15/01/10


* 이수태, <논어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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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리뷰, 책 발췌, 낭독, 잡문 등을 남기는 온라인 책방. 유튜브 채널 '모험러의 책방'과 ′모험러의 어드벤처′(게임)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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