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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장, 명구절

선과 악

모험러
「설간(양명의 제자)이 꽃밭의 풀을 뽑으면서 말했다. 

"세상에서 어찌하여 선은 배양하기 어렵고, 악은 제거하기 어렵습니까?"

양명 선생께서 대답하셨다.

"배양이랄 것도 없고, 제거라 할 것도 없다. 그렇게 선악을 보는 것은 모두 낡은 관념으로부터 생각을 일으킨 것이므로 곧 잘못될 수 있다."

설간은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양명 선생이 이어 말했다.

"천지의 생명의지는 꽃이나 풀이나 한가지이다. 어찌 선악의 구분이 있겠는가. 그대가 꽃을 감상하려고 하기 때문에 꽃을 좋은 것으로 여기고 풀을 나쁜 것으로 여긴다. 만약 풀을 쓰려고 한다면 다시 풀을 좋은 것으로 여기게 된다. 그러한 선악은 모두 네 마음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에서 생겨난 것이다. 그러므로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선도 없고 악도 없는 것입니까?"

"선도 없고 악도 없는 것은 이치의 고요함이고, 선도 있고 악도 있는 것은 기운의 움직임이다. 기운에 의해 움직여지지 않으면 곧 선도 없고 악도 없다. 이것을 '지극한 선'이라고 한다.

"불교 역시 선도 없고 악도 없다고 하는데, 어떻게 다릅니까?"

"불교는 무선무악에 집착하여 일체를 모두 상관하지 않기 때문에 천하를 다스릴 수 없다. 성인의 무선무악은 단지 일부러 좋아하지도 않고 일부러 싫어하지도 않아서, 기에 의해 움직여지지 않는다. 그러나 선왕의 길을 따라 그 법도에 합치하니 곧 저절로 천리를 따르게 되고, 천지의 도를 재단하고 천지의 마땅함을 돕게 된다."

"풀이 이미 나쁜 것이 아니라면 풀을 제거해서는 안 되는 것이군요."

"그것은 오히려 불교나 노자의 생각이다. 풀이 만약 장애가 된다면 그대가 뽑아 버리는 데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그렇게 하는 것은 또한 일부러 좋아하고 일부러 싫어하는 것입니다."

"일부러 좋아하거나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은 전혀 좋아하거나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지각이 없는 사람이다. 일부러 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만 좋아하고 싫어함이 한결같은 천리에 따르고 자기 의사를 조금이라도 덧붙이지 않는 것이다. 이와 같으면 곧 좋아하고 싫어한 적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풀을 뽑을 때 어떻게 하는 것이 한결같이 천리를 따르고 자기 의사를 덧붙이지 않는 것입니까."

"풀이 방해가 된다면 마땅히 뽑아내는 것이 이치이므로, 그것을 뽑아낼 뿐이다. 우연히 뽑아내지 못했더라도 역시 마음에 거리낄 것이 없다. 만약 조금이라도 자기 생각을 덧붙인다면 마음의 본체에 누를 끼치게 되고, 기운을 움직이는 곳이 많이 생길 것이다."

"그렇다면 선과 악은 전혀 사물에 있지 않은 것이군요."

"단지 그대의 마음에 있을 뿐이다. 이치를 따르는 것이 바로 선이고 기운을 움직이는 것이 바로 악이다."

"결국 사물 자체에는 선악이 없는 것이군요.

"마음에서 그와 같으니, 사물에서도 역시 그러하다. 세속의 유학자들은 오직 이것을 알지 못하여 마음을 버리고 사물을 좇는다. 격물의 학문을 잘못 이해하여 하루종일 밖으로 찾아 나선다. 단지 '우연히 의로운 행위로 말미암아 (갑자기) 엄습하여 취해지는 것'을 행할 뿐이니, 평생 동안 행하면서도 밝게 알지 못하고 익히면서도 살피지 못한다."」*

- 왕양명 선생과 제자 설간의 대화


"이치를 따르는 것이 선이고 기운을 움직이는 것이 바로 악이다."에서 기운이 움직였다는 것은 '부동심'(맹자의 표현)이 깨졌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유가식 표현을 도가식으로 표현하면 이렇게 될 것이다.

"무위가 선이고, 유위가 악이다."

불가식으로 표현하면 이렇게 될 것이다.

"'내'가 없이(무아) 행하면 선이고, '내'가(아상) 행하면 악이다."

오쇼는 이렇게 표현했다.

"비각성이 유일한 죄이며, 각성이 유일한 덕이다. 비각성의 상태가 아니라면 행할 수 없는 행동, 그것이 악이다. 각성을 통해서만 행해질 수 있는 행동, 그것이 선이다."

문답에서는 불교와 노자가 비판적으로 언급되고 있지만, 결국, 다 같은 말이다. 지금 이 순간에 깨어있으라, 이 말이다.

13/04/04

* 문성환, <전습록, 앎은 삶이다>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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