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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이라고 해서 특별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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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을 신비화해서는 안 된다. 동양철학에는 무슨 거창한, 보통 사람이 범접할 수 없는, 그것을 한번 알면 우주를 말아먹고, 일거에 일상의 누추함을 벗어던지고 비상할 '비밀의 권능'은 없다. 우리 모두는 각자 삶의 굴곡을 거치며, 작게 혹은 크게 삶을 배우고 있는바, 그 속에서 각자 깨달음의 불씨들을 일깨워가고 있는 수행자들이다.

일찍이 주자는 돈오의 선학을 위태롭게 여겨, 일상의 거경궁리居敬窮理의 점수를 그토록 강조했다. 그런데 지금, 주자학을 말하는 사람들도 이런 착각이 없지 않다. 이理란 거경의 함영涵泳과 격물궁리의 극처極處에서 활연관통豁然貫通해야 하는 것이지만, 그것은 진리가 '초월'이나 '정보'가 아니라 점진적 '성숙'임을 알리자는 데 그 취지가 있지, 가르침이나 경지를 신비화시키자는 것이 아니다. 감히 말하건대, 동양철학에 특별한 것은 없다. 

선가에서도 그 점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다. "별무기특別無寄特!" 불교는 우리가 세계를 보는 전혀 다른 방식을 제안하는 것이지, 전혀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이 점을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혜능은 서방정토조차도 '심리적 현실'일 뿐이라고 분명히 지적했다. 그러면서 놀란 고관들과 청중의 무리에게, "지금 여기서 보여줄까"라고 농담을 했다. 저 너머의 세계는 없다.」*

14/09/04

* 한형조, <왜 조선 유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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