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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禪의 스승과 제자 본문

명문장, 명구절

선禪의 스승과 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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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만 보이면 기습을 전개하고 치고박고 싸우며 서로의 깨어있음을 점검하는 선禪의 스승과 제자. 아, 감히 선禪외에 동서고금 어느 곳에 이런 코믹하고 파격적인 스승과 제자 관계가 있을 수 있었을까. 선禪은 알면 알수록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등은봉 스님이 하루는 흙 나르는 수레를 미는데, 마조 스님이 다리를 죽 펴고 길바닥에 앉아 있었다.

등은봉: 스님, 다리 좀 오무리시지요.
마조 스님: 이미 폈으니 오무릴 수 없다.
등은봉: 저도 이미 가고 있으니 물러나지 못합니다.

등은봉 스님이 수레바퀴를 굴리며 지나가다가 마조 스님의 다리를 다치게 했다. 마조 스님이 법당으로 돌아와 도끼를 집어들고 말하였다.

마조 스님: 조금 전에 바퀴를 굴려 내 다리를 다치게 한 놈은 나오너라.

등은봉 스님이 나와 마조 스님 앞에 목을 길게 빼자, 마조 스님은 도끼를 치웠다.」*

「남전 스님이 대중에게 죽을 돌리는데 마조 스님이 물으셨다.

마조 스님: 통 속에 무엇이 들었느냐?
남전 스님: 닥치시오, 늙은이.

마조 스님은 그만두셨다.」

「임제는 황벽의 휘하에서 공부하면서 무던히도 많이 얻어맞았다. 매만 맞고 소득은 없어, 참다 못해 스승을 버리고 대우 선사한테 도망갔다.

대우는 "네 스승이 너를 위해 노파심에서 피곤을 무릅쓰고 간절하게 가르쳐 주었는데, 스승 탓을 한단 말이냐?"고 꾸짖었다. 이 말에 임제는 크게 깨닫고, "황벽 스님의 불법도 별게 없구나"라며 웃었다. 그러더니 돌아가서 스승의 뺨을 갈겨 버렸다. '너도 마찬가지야(So are you**).'」*

「임제 스님이 산중 울력으로 땅을 파다가, 황벽 스님이 오는 것을 보고 괭이를 세워 버티고 서 있었다.

황벽 스님: 이 놈이 피곤한가?
임제 스님: 괭이도 아직 들지 않았는데 뭐가 피곤하겠습니까?

황벽 스님은 (임제 스님을) 바로 후려갈겼다. 그러자 임제 스님은 몽둥이를 낚아채고서 (황벽 스님을) 밀쳐서 넘어뜨렸다.

황벽 스님: (유나에게) 유나야, 나를 붙들어 일으켜라.
유나: (가까이 가서 붙들어 일으키면서) 스님, 어찌 이 미친놈의 무례한 짓을 용서할 수 있겠습니까?

황벽 스님은 일어나자마자 바로 유나를 후려갈겼다.

임제 스님: (땅을 파면서) 제방에서는 화장을 하지만, 내 여기에서는 한번에 산 채로 묻어 버린다.

뒤에 위산 스님이 앙산 스님에게 물었다.

"황벽 스님이 유나를 때렸는데 그 뜻은 무엇인가?"

앙산 스님이 대답했다.

"진짜 도적놈은 도망쳐 버리고, 추적하는 경관이 몽둥이를 얻어맞은 격입니다."」*

14/08/30

* 오윤희, <매트릭스, 사이버스페이스 그리고 禪>에서 봄.
** 영화 <매트릭스>에서 네오의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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