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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릴 수 없다

모험러
"이제 사회적·경제적·정치적으로 변화가 일어날 여지는 크지 않다. 그저 멈추지 않는 성장 욕구를 따라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더 멀리, 더 빠르게. 우리는 앞으로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생각하지 않고 성장을 위한 성장, 효율성 제고를 위한 성장, 그리고 경쟁에 의한 성장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결국 성장 자체도 자신이 낳은 추상적인 규칙을 따라 움직이는 셈이다. 지금 우리는 인구 성장, 수요의 증가와 무분별한 자원 소비, 온갖 규칙과 기관, 조직, 환경오염 사이에 끼어서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나중에 자원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확연히 눈에 보일 때, 그리고 우리에게 꼭 필요한 자원을 사용하려면 환경과 공기, 토양, 지하수, 바닷물의 오염과 낭비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다들 깨달았을 때, 그때 우리 인류가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갈 수 있을까? 현존하는 추상적인 체계가 해체되어 모두 사라지고 화려했던 과거가 희미한 옛 추억만으로 남았을 때, 과연 인류는 과오를 되돌릴 수 있을까? 우리는 그 방법을 알기는 할까?"*

- 롭 헹거벨트

멈출 방법도 없고, 되돌아갈 방법도 없지만, 되돌아갈 필요도 없다. 계속 돌진하다 보면 멈추고 싶지 않아도 강제로 멈춰질 때가 올 테니까. 남은 인류는 또 나름의 삶을 계속 이어갈 것이다. 없으면 없는대로, 오염된 환경이면 오염된 환경대로. 우리가 오늘날 흑사병으로 인한 중세 유럽 인구의 몰살을 역사책에서 심드렁하게 읽는 것과 마찬가지로, 먼 미래의 어느 시점에도 그렇게 과거를 심드렁하게 되돌아 볼 날이 올지도 모르지. 그리고 예측은 늘 틀리기 마련이니, 상상하지도 못한 방식으로 파국이 아닌 다른 길로 인류 역사가 전개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13/10/17

* 롭 헹거벨트, <훼손된 세상: 우리의 소비가 지구를 망치고 있다>에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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