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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

모험러
「천사가 그들에게 다가가 말했다.

"각자 소원을 한 가지씩 말해 보십시오. 내가 기꺼이 들어주겠습니다."

그 네 사람 모두가 구도자였다.
첫 번째 구도자가 입을 열었다.

"나는 저 먼 곳에 있는 성스러운 진리를 구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쏟아왔습니다. 그러나 오직 번뇌, 번뇌, 또 번뇌가 있었을 뿐입니다. 그러니 제발 내게 영적인 평화를 주십시오."

첫 번째 구도자의 소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천사가 말했다.

"하지만 번뇌는 삶의 즐거움 중의 하나입니다."
"어쨌든 나는 평화를 원합니다!"

그래서 천사는 이 소원을 들어주었다. 첫 번째 구도자를 초원 먼 곳에서 만족스럽게 풀을 뜯고 있는 소로 만들어 준 것이다.
이제 두 번째 구도자의 차례가 왔다.

"신은 순수하지만 나는 그렇지 못합니다. 내게서 열정, 감정, 욕망 등 불순한 모든 것들을 제거해 주십시오."

천사가 물었다.

"하지만 그것들이야말로 삶의 원천이 아니오?"

두 번째 구도자가 고집을 부렸다.

"나는 삶을 원치 않습니다. 내가 원하는 건 순수함이란 말입니다!"

두 번째 구도자는 눈을 감고 자신의 변형을 기다렸다. 눈 깜짝 할 사이에 그가 사라졌다. 그리고는 먼 곳의 사원에 그를 닮은 동상이 나타났다.
그 다음에 세 번째 구도자가 말했다.

"나를 완벽하게 만들어 주십시오. 절대로 불완전한 것이 있으면 안 됩니다."

그 역시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어디에도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지상에는 완벽한 것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천사가 네 번째 사람을 돌아보며 말했다.

"자, 이제 당신의 소원은 뭡니까?"
"나는 소원이 없소."

이 행복한 네 번째 사내가 말했다.
천사가 다시 물었다.

"아무 소원도 없단 말입니까?"
"그렇소. 다만 인간이 되는 것이 내 소원이오. 전적으로 인간적이고 생생하게 살아있는 것 외에는 아무 소원도 없소."」*

13/02/14

* 오쇼, <떠도는 자의 노래II>에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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