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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뇌와 문명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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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신경계는 복잡한 현대 세계를 살아가기에 알맞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위기가 임박해도 그것에 미리 대응하기 어렵다. 심리학자와 생물학자가 공동 저술한 『New World New Mind』에 의하면,

「우리 인간은 미래의 재앙이 예상되더라도 여간해서는 (비용이 많이 드는) 단기적 행동 변화를 단행하려들지 않도록 유전적으로, 또한 심리적으로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 ... 초기의 수렵 채집인들은 진화 과정을 거쳐 제한된 환경에서 즉각적인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빠른 반사 작용을 얻었지만, 인구 증가, 기후변화, 자원 고갈, 부채 확산 등 현대 산업 사회가 직면한 장기적 문제는 오감으로 직접 느낄 수 없다. 진화된 대뇌 기능으로 문제와 해결책을 정의할 수는 있지만, 공격·도피 반응이 각인된 뇌의 핵심부는 서서히 나타나는 딜레마에 대처하지 못한다.」

한편, 신경과학자 피터 와이브로는 인류는 지위와 새로움을 추구하고 과시적 소비에 탐닉하도록 진화되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현대인은 '자기 계발의 채울 수 없는 갈증을 느끼며 기회를 잡으려 안간힘을 쓰는 자조론자'이다. 그렇다고 인류가 과소비를 극복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지구를 완전히 끝장내도록 인류가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전통 사회만 하더라도 검약을 미덕으로 삼고 자발적 가난을 이상으로 추구했다. 그런데 이러한 전통이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룬 지난 200년 동안 사라져버렸다. 왜 사라졌을까? 뇌의 작동방식이 한몫했다.

「이기적 행동은 보상에 의해 추동되고 생래적이며 원시적 뇌의 생존 메커니즘에 깊숙이 새겨져 있다. 이 성향이 끊임없이 강화되면 탐욕으로 발전하여 돈과 식량, 권력을 갈망하게 된다. 반면에 몸과 마음의 건강을 증진하는 데 매우 중요한 절제와 공감은 학습된 행동이며 주로 신피질의 기능이어서 문화에 의존한다. 이 같은 사회적 행동은 외부의 영향에 취약하며 언어를 학습하듯 모방을 통해 학습해야 한다.」

이렇듯 절제와 공감 능력은 모방을 통해 학습해야 한다. 그런데 보고 따를만한 '대인'*은 희귀하고, 그것을 독려하는 문화도 사라졌다. 사람들이 되고자 하고 닮고자 하는 건 주로 성공한 부자, 예능인, 엘리트들이다. 그래서 성장 한계의 해결책은 대부분 '좋은 생각'에 머문다. 핵심인 '절제'를 빼놓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류는 새로운 문명으로 나아갈 것이다. 생태계와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문명을 성취할 것이다. 

위기가 닥친 후에.

13/01/18

* "기독교, 이슬람교, 불교 공동체와 문헌에서는 자발적 가난을 높이 평가하는 오래고 깊은 전통이 있다. 상당수의 농업 이전 사회는 물질적 소유를 모두 나누어 주어 명성을 얻은 '대인'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Marvin Harris and Orna Johnson, Cultural Anthropology, 7th ed. pp. 172-175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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