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러의 책방
갈대 본문
"산맥과 강물과 들판은 풍경의 서정에 의해서가 아니라 거기에서 벌어진 삶의 고난에 의하여 역사에 편입된다."*
갈대
-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그는 몰랐다.
12/12/27
* 김훈, "천험의 여울 따라 쓸려가는 풀뿌리들", <김훈·박래부의 문학기행 둘>에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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