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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정치 ― 기업은 어떻게 학술 연구를 지배하는가 본문
매리언 네슬의 저서 <식품정치>에는 영양 관련 연구가 식품·음료·식이보충제 기업들로부터 어떤 후원을 받고 있는지 밝히고 있는 재미난 표가 있다. 이런 식이다.
“고식이섬유 아침 식사용 시리얼은 낮은 섬유소 섭취에서 올 수 있는 암의 발생을 줄여 준다.”
― 저자는 켈로그 UK에 근무
“하루에 두 개씩 12주 동안 계란을 섭취하니 ... HC(고 혈중 콜레스테롤) 환자의 혈장 LDL-C(나쁜 콜레스테롤)에 통계학적으로 측정할 수 없는 미미한 효과가 나타났다.”
― 계란영양센터로부터 일부 재정 지원 받음
“마가린을 섭취하는 경우 버터에 비해 성인의 LDL-C를 11% ... 그리고 어린이에게서는 9%를 감소시켰다.”
― 콩식품연합회와 마가린제조업자협회 등이 연구 후원.
"즉석 취식 제품의 보급 계획은 식생활의 개선과 심혈관 질환 예방을 위한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전략이다."
― 이 연구는 즉석 취식 제품 생산 업체인 캡벨 수프의 자금 지원을 받음.
"유당(락토오스) 과민증상의 만연이 전반적으로 과대평가되었음이 과학적 검증으로 밝혀졌다."
― 저자 중 한 명이 낙농업자협회의 직원.
"아연 글루코네이트는 ... 일반 감기 증상의 지속 기간을 위약에 비하여 40%나 크게 줄였다."
― 저자 중 한 명이 논문이 발표되기 전 본 제품의 주식으로 약 14만 5천 달러의 이익을 취함. 후의 연구에서 아연이 감기에 효과가 없음이 밝혀짐.
"1일 권장섭취량보다 많은 양의 칼슘, 엽산, 비타민E, 셀레니움, 크롬을 섭취하면 일부 사람들에게서 특정 질병의 위험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 믿을 만한 증거가 있다."
― 이 검토 보고서의 저자는 식이보충제 기업의 조합인 책임영양협회에 근무하는 과학자.
"덱스펜플루라민(비만억제제)으로 인한 폐 고혈압의 위험성은 낮으며, 이 약을 적절히 사용하면 이런 위험을 능가하는 이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 저자들은 이 약품 생산 업체의 자문 역할을 맡고 있음.
"혈중 콜레스테롤이 140mg/dl 이상인 대부분의 환자에게 LDL 저하 약품은 필수적이다."
― 이 조언을 한 위원회의 의장과 14명의 위원 중 5명이 콜레스테롤 저하 약품을 생산하는 제약 회사의 자문 역할을 맡고 있었거나 그들로부터 후원금 혹은 사례금을 받았음.
"소금 섭취를 줄이는 것이,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장기간의 대사 작용에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만한 이유가 있다. ... 소금 섭취를 줄이는 것이 고혈압을 예방하고 조절해 준다는 확고한 증거는 없다."
― 이 글은 소금산업동업조합인 소금협회로부터 일부 자금 지원을 받음.
"적당량(하루 2~5잔)의 와인을 마시면 모든 원인에서 오는 사망이 24~31% 감소할 수 있다."
― 이 연구는 프랑스 포도기술연구소로부터 일부 자금 지원을 받음.
"심포지엄에서 특정 코코아 플라보노이드가 심장 건강에 효과가 있었음을 제시하는 새로운 증거를 검토하였다. ... 현재까지의 연구에서는 초콜릿을 먹으면 단순한 기분 상승 효과 이상의 효과를 얻는다고 제시하고 있다."
― 이 글이 게재된 학술지 부록과 일부 연구는 영국 마즈 사로부터 후원을 받았음.
1997년 약 1,400개의 과학 관련 학술지를 조사한 바에 의하면, 전체 학술지의 16% 이하만이 식품 회사와의 재정적 관계를 밝히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으며, 조사된 학술지의 약 70%는 어느 것도 밝히지 않았고, 학술지에 발표된 6만 1천 편의 논문 중에서 겨우 0.5%만이 연구에 관련된 재정적 이해 갈등을 언급하였다고 한다. 이해 상충 관계의 공개가 저조한 이유는 저자들이 재정적 후원을 거의 받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학술지들의 공개 요청을 따르지 않은 탓이라고 한다.
저널의 상업적 이용에 우려를 표명했다가 해고를 당한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의 전직 편집자는 이렇게 말한다.
“전문가가 관련된 일에는 공짜 점심이 없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저녁식사도, 심지어 불펜 한 자루도 공짜가 없다.”*
12/11/17
* 매리언 네슬, <식품정치: 미국에서 식품산업은 영양과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에서 인용,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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