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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들이 피와 목숨으로 만들어준 30분 본문
"전두환 당시 쿠데타를 해서 권력을 장악한 전두환과 지금 윤석열 간의 시대적 상황이 딱 하나의 차이가 있어요. 당시 전두환이 구데타를 할 당시는 우리나라는 단 한 번도 정권교체를 경험한 적이 없었습니다. 80년 당시는 그랬었죠.
그러니까 모든 기관이 다시 말하면 권력기관, 지금 중대한 권력기관들, 그리고 군과 경찰들이 일사불란했습니다. 왜?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렇죠.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의심할 필요가 없는 거예요.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순간순간 다 의심을 해요. 그러니까 그 의심의 시간이 30분을 늦춘 거예요. 의심의 시간이.
그러니까 저는 우리가 이번에 살 수 있었던 것은 출발점으로 가면 동학농민전쟁부터 3.1운동 그리고 5.18민주항쟁을 통해서 승리해온 그분들 때문에 살아남은 것이다. 그분들이 이룩한 정권교체들 때문에 그 30분을 늘려서 우리가 살아남은 것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이렇게 경찰이나 군인들이 어수선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이 쿠데타를 기획한 자들이 어수선하거나 허술해서가 아니라, 그것을 기획대로 안 된 의심하는 다수의 중간 군인들 간부들, 권력기관의 중간중간에 있는 사람들이 의심했던 의심의 주저함. 그 30분이 우리를 살린 겁니다. (물론 아직 끝난 건 아니지만)
80년에는 의심 안 했어요.
아무도.
왜? 한 번도 이 나라가 정권교체를 경험한 적이 없고, 가해자들이 처벌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데 가해자들이 처벌받는 걸 봤거든요. 그러니까 내가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첫 번째 생각이 든 거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겨난 거죠.
그리고 시민들이 계속 그러잖아요.
역사의 죄인이 될 거야?
이렇게 말하니까 주저주저한단 말이에요.
주저주저한 한 힘이지.
주저주저하게 만든 역사의 선조들이 만들어 온 힘이다.
그러니까 지금 이 우리가 30분을 벌 수 있었던 것은, 저들이 조악하거나 조잡해서가 아니라 선조들이 만들어온 피와 목숨으로 만들어온 역사가 있었기 때문에 30분이 지체된 겁니다.
제일 제가 듣기 싫은 말이 전두환은 똑똑해서 잘했는데 윤석열은 바보고 술 먹고 해서 대충한거다.
그럴 수가 없는 겁니다.
그럴 수가 없는 겁니다.
소수이긴 하지만 오랫동안 준비한 거예요.
근데 이분들은 뭘 몰랐냐.
역사를 모른 거예요.
그 역사 속에서 누가 어떻게 희생되었고 지금 그것을 우리가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모른 거예요.
사람들이 정당성을 따지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걸 모르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그날 보면서 마지막에 국회가 방망이를 칠 때 많은 국민들이 봤잖아요. 살떨리게 봤잖아요.
그 순간 저는 아까 말씀드린 대로 장흥에 장흥, 저 벌판에 이름 없이 누워있는 동학 혁명군들에 고맙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을 벌어줘서.
그분들이, 또 518 때 희생된 분들이 시간을 벌어준 것이죠."
- 박구용 교수, https://www.youtube.com/watch?v=7zD4K_il_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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