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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은 최고의 형식이 유지되는 곳에서만 살아남는다 본문

명문장, 명구절

문명은 최고의 형식이 유지되는 곳에서만 살아남는다

모험러

「오늘날 형식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리는 데 따르는 퇴행적·환원주의적 영향이 가장 염려스러운 분야는 예술이다. 종족의 창의적 에너지는 예술에 가장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 어느 종족이든 그 사회에 적절하고 삶을 뒷받침해주며 사회를 성숙하게 해주는 신화와 의례는 창의적 선구자와 예술가의 통찰을 통해서만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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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힘을 가진 낭만주의는 당대의 형식을 깨고 새로운 형식으로 나아가지만, 형식을 아예 이루지 못해 분한 마음에서 박살내고 폄하하는 낭만주의도 있다. 고전주의 예술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형식이 어렵지 않은 고전주의는 원하는 대로 얼마든지 형식을 가지고 유희할 수 있으며, 그것을 통해 자신의 창작 목표를 풍요롭고 생기 있게 표현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니체도 같은 생각일 것 같은데), 형식은 삶이 웅장하고 명확하게 표출되는 매개 수단이며 단순히 형식을 깨기만 하는 것은 인간뿐 아니라 동물의 삶에도 엄청난 불행이라는 것이다. 의례와 예법은 모든 문명을 구성하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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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네트 역시 대단히 까다로운 시 형식이다. 그러나 시인은 그것을 통해 소네트가 아니었다면 결코 이룩하지 못했을 표현의 힘과 다양함을, 그리고 새로운 자유를 획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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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이 파괴되면 1,600미터 경기가 됐든 문화 분야가 됐든 승자는 있을 수 없다. 결국 세계는 진지한 곳이기에 문명은 최고의 형식이 유지되는 곳에서만 살아남는다. 그리고 경기는 한 번 지면 그것으로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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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베니우스는 과학을 근거로 이들이[동물, 식물, 하늘] 신화적 힘을 잃었으며 신비의 중심은 이제 인간이라고 지적했다. 이때 말하는 인간은 이인칭의 이웃으로, ‘내'가 원하는 모습도 '내'가 알고 관계한다고 상상하는 모습도 아니고, 그 자신의 모습이며 그렇기에 신비롭고 경이로운 존재다.」

- 조지프 캠벨, "다시, 신화를 읽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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